[다음카카오 초강수 논란] 실시간 감청 불가능… 불응해도 처벌 어렵다는 계산 깔려

입력 2014-10-15 03:06

김진태 검찰총장은 14일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가 감청영장 집행 거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정확한 취지는 모르겠으나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은 ‘관행적으로 이뤄져오던 감청집행에 대한 협조 중단 의사 표시’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음카카오가 ‘감청 협조’를 중단할 경우 감청의 주요 대상인 간첩 등 공안사건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법원,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감청영장 관행적으로 발부=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 대표가 13일 밝혔듯이 카카오톡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47건에 대한 카카오톡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을 발부했다. 불가능한 감청에 대한 영장이 관행적으로 발부됐던 이유는 다음카카오 측이 우회적 방식으로 ‘사후 감청’이 가능하도록 ‘협조’해 왔기 때문이다.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지만 카카오톡 대화내용은 서버에 일정기간 저장된다. 그동안 다음카카오 측은 저장된 대화내용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예를 들어 대화내용 보존기간이 5일이라면 삭제되기 직전인 매 5일마다 저장된 대화내용을 수사기관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는 실시간 감청보다는 서버에 저장된 과거 대화내용에 대한 압수수색에 가깝다. 결국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실시간 감청이 다음카카오의 협조하에 사후 감청 방식으로 이뤄졌던 셈이다. 이 대표는 “그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대표의 발언은 그동안 해오던 ‘감청 협조’를 중단하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로 인해 다음카카오 측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일은 없다. 감청 자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다음카카오가 협조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제공해 왔던 대화내용을 의무적으로 제출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발언이 법적 처벌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마친 후에 나온 ‘보여주기’식 발언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 지역의 한 검사는 “법적책임도 불사하겠다는 이 대표의 말은 수사적 표현으로 보인다”며 “다음카카오가 법적 책임을 피하면서도 이용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나름의 ‘묘수’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카톡 서버저장 기간 줄여 압수수색 집행도 회피=다음카카오가 실제로 감청집행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검찰이 대신 쓸 수 있는 방법은 사후적 압수수색밖에 없다. 법원 관계자는 “감청이 불가능한 경우 검찰은 대화내용이 서버에서 삭제되기 전에 매번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대화내용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카카오는 이미 대화내용 보존기간을 5∼7일에서 2∼3일로 줄였다. 통상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는 데 2∼3일이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때 대화내용은 서버에서 삭제된 후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검찰의 압수수색도 집행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김 총장은 “검찰이 하고 있지도 않은 사이버 검열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에 대처하면서도 국민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찰청은 이에 따라 15일 유관부처 실무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