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연수도 100% 수당’ ‘배우자 동반 해외출장’ 갈 데까지 간 공공기관 방만경영

입력 2014-10-15 03:52
공기업, 국책연구기관, 공공 금융기관들의 도를 넘은 방만 경영이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 자비연수 기간에도 수당을 100% 지급하는가 하면 해외출장에는 배우자를 거리낌 없이 데려갔다. 전문가들은 ‘낙하산 인사’를 없애야 방만 경영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평균 연봉 1위인 한국거래소는 이번 국감에서도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이 14일 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거래소는 직원들이 자비연수를 가는 경우까지 월 급여는 물론 상여금, 경로 효친금, 직무수당 등 각종 수당을 100% 지급했다. 국감에서 과도한 수당이 문제되자 거래소는 이날 자비연수 제도를 폐지했다. 또 2012년부터 2년7개월 동안 정원의 50%가 넘는 400여명이 151건의 해외출장을 다녀오면서 21억8000만원을 썼다. 여비는 1인당 500만원이 넘는 21억8000만원에 달한다. 직원들이 각종 세미나 등을 명목으로 다닌 곳은 라스베이거스 리스본 시드니 이스탄불 등 휴양관광지가 대부분이었다. 직원들은 일정 내내 회의에 참가했다고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일정표는 악어쇼 관람, 크루즈 탑승 등으로 채워진 경우도 있었다. 상무급 임원 4명을 퇴직과 동시에 전문위원으로 재취업시켜 같은 급여를 준 사실도 드러났다.

국책연구기관의 도덕적해이도 ‘도긴개긴’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은재 한국행정연구원장은 연구사업비를 명품 넥타이와 향수를 다량 구입하는 데 썼다. 해외출장 후 공항 면세점에서 연구사업비로 화장품 등 개인적인 물건을 사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법인카드로 일반 주점에서 321차례 3851만원을 결제했다. 일반 주점은 법인카드 사용금지 업종이다. 법인카드로 택시요금과 영화표 등을 결제한 기관도 있었다. 은행연합회는 임원 출장 때 ‘필요한 경우’ 배우자를 동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세부 요건을 정하지 않았다. 배우자 여비는 연합회가 지원했다. 의대, 치대를 다니는 대학생 자녀와 특목고를 다니는 자녀에게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등의 방만 경영 원인을 논공행상식 인사에서 찾았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문성 없는 기관장과 감사를 임명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이 금융 공공기관과 이들이 지분을 보유한 금융사 34곳의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임원 268명 가운데 112명(42%)이 관료와 정치인 등 외부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낙하산 인사의 무책임 경영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등에도 책임 경영을 의무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민간 기업의 경우 조직에 손해를 끼치면 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다”며 “공공기관도 방만 경영으로 손해를 끼치면 경영자가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