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40일 만에 나타난 김정은] 무릎연골 수술·부러진 발목뼈 접합수술 가능성

입력 2014-10-15 03:58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지팡이를 양손으로 짚고 소파에 앉아 뭔가를 지시하자 장철 국가과학원장(왼쪽 두 번째)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왼쪽)이 수첩에 열심히 받아 적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노동신문은 김 제1비서가 평양의 위성과학자주택지구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하며 1∼3면에 걸쳐 사진을 무더기로 실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40일 만에 지팡이를 짚고 공개석상에 등장한 모습을 살펴본 전문의들은 김 제1비서가 손상된 무릎관절 연골을 수술했거나 부러진 발목뼈를 붙이는 발목 골유합술(접합술)을 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통상 40일 정도의 회복기간을 필요로 하는 다리 부상은 발목 골절부상이거나 인대 손상, 무릎연골 파열 등이다. 실제 김 제1비서는 무릎과 발목 관절에 부담을 주는 고도비만 체형인 데다 농구 같은 격렬한 운동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이진우 교수는 14일 “무리한 운동으로 인대가 파열됐을 때는 보통 수술 후 2∼3주 후부터 움직일 수 있고, 무릎연골이 찢어졌을 때에는 4∼6주면 불편하기는 해도 목발을 짚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정형외과전문의)도 “김정은이 걷는 모습을 보면 부러진 발목뼈를 붙이는 수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지팡이 같은 가벼운 도움만으로 직접 걸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상 정도가 그리 심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또 무릎이나 허벅지 뼈 등의 부상이라기보다는 발목 부상과 같은 비교적 경미한 부위의 부상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때 뇌사상태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지만 안색이나 걷는 정도를 봐서는 최근 몇 주내 뇌나 장기 등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반대의 주장도 있다. 김 제1비서가 신병이상설을 잠재우기 위해 웬만하면 지팡이 없이 나타나 건강을 과시했을 텐데 굳이 지팡이까지 짚고 나온 것은 그만큼 몸이 많이 불편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팡이가 ‘인민들을 위해 불편한 몸임에도 열성적으로 일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동원된 ‘소품’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체중이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제1비서가 지난 5월 초 원산의 송도원국제휴양소를 방문했을 때 사진과 오늘 노동신문 사진을 비교해 보니 체중이 10㎏ 가까이 준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제1비서가 술을 좋아해 통풍으로 고생했고, 이번에도 통풍과 관련돼 수술을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 있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고은미 교수와 충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심승철 교수 모두 “요즘은 약이 좋아져 통풍이 문제였으면 2주 정도 약을 먹는 것으로 벌써 해결됐을 것”이라며 “40일이 지났어도 여전히 몸이 불편한 걸로 봐선 통풍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