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상자가 수백명의 아기를 구했군요”

입력 2014-10-15 03:31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를 방문한 필립 얀시(왼쪽)가 베이비박스 앞에서 이종락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허란 인턴기자

“이 작은 상자에서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하셨군요. 정말 놀랍습니다.”

세계적 기독 저술가인 필립 얀시(65)가 14일 서울 관악구 난곡로 주사랑공동체교회(이종락 목사)의 ‘베이비박스’를 찾았다. 이종락 목사가 “2009년 12월 첫 설치된 이래 지금까지 561명의 아이가 베이비박스를 통해 살아났다”고 말하자 얀시는 “목사님이 순종하셨기에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다.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고 말했다.

부인 자넷 얀시(68) 여사와 동행한 필립 얀시는 작은 상자 크기의 베이비박스를 직접 열어보며 내부를 확인했고 이 목사로부터 베이비박스의 운용 시스템을 들었다. 그는 앞서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베이비박스 사역은 하나님나라의 삶을 정착시키는 선구자라고 표현한 바 있다. 얀시는 사진기자처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이 목사의 말을 꼼꼼히 적었다.

지난 9일 국민일보 창간 26주년 기념 콘퍼런스를 마치고 국내 순회 강연 중인 얀시는 이날 주사랑공동체교회를 전격 방문, 2시간가량 이 목사와 담소를 나누고 시설을 둘러봤다. 수년 전 캐나다의 기독교 신문을 통해 베이비박스 사연을 접했다는 그는 “베이비박스를 방문하고 싶었다”며 “지금 이 순간이 한국 방문의 하이라이트”라고 기뻐했다.

얀시 부부는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계기를 들으며 감동했다. 자넷 여사는 2007년 봄, 이 목사가 새벽 3시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고 나가 교회 앞에 놓인 생선박스 안에서 아기를 발견했고 혹시 죽었을까봐 섬뜩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얀시는 “아이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어서 누군가 그들을 대변해야 한다. 영어에 ‘애드버킷(advocate)’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누군가에게 목소리를 준다는 의미다. 구약에서도 의인은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대변했고 예수님은 우리의 에드버킷”이라고 말했다.

얀시는 “베이비박스 사역은 하나님의 은혜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나 자신이 한국의 입양특례법 재개정 등에는 영향을 줄 수 없지만 앞으로 목사님의 스토리를 쓰고 싶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베이비박스 앞 거리에서 이 목사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위해 기도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