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나를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지인을 살해한 40대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30년 전부터 한 동네에 살며 서로 친자매처럼 의지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53·여)는 이모(45·여)씨에게 은인 같은 존재였다. A씨는 10년 전 정신분열증으로 투병 중이던 이씨를 가족처럼 도왔다. 이씨의 병세는 나아졌지만 이번에는 A씨의 건강이 나빠졌다. A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위장염, 결장염, 폐렴에 시달렸다. 물을 마셔도 토할 정도로 소화 불량이 심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심한 수면장애도 겪었다. 이씨는 A씨를 친자매처럼 보살폈다. 병원에 데리고 가거나, A씨와 함께 운동도 했다. A씨의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이씨에게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차라리 내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면 날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은 지난 8월 서울의 한 호텔에 함께 투숙했다. A씨는 이씨에게 살인을 부탁했고 수면제 8알과 술을 먹고 잠들었다. 하지만 이씨는 차마 그를 죽이지 못했다. 잠에서 깨어난 A씨는 “너는 왜 나를 보내지 않았느냐”고 이씨를 원망했다. 이들은 이틀 뒤 다시 같은 호텔을 찾았고, A씨는 수면제 20알을 먹고 잠들었다. 이씨는 A씨의 얼굴을 10분간 베개로 눌러 숨지게 했다. 경찰에 체포된 이씨는 촉탁 살인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 8월 재판에 넘겨졌다. 촉탁 살인의 법정형은 징역 1∼10년이다. A씨의 친동생도 이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범죄가 발생한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재판부가 양형을 고심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씨는 재판에서 “피해자 스스로 죽음을 간절히 원했다”며 “살인을 한 것은 반성하지만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김용관)는 이씨에 대해 “A씨의 사정은 참작할 만하나 인간 존재의 근원인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를 저지른 잘못이 크다”며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죽음을 간절히 원했다고 해도 이런 결과가 과연 진실로 A씨를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차라리 죽여 달라”는 부탁에… 30년 지기 살해한 여성 실형
입력 2014-10-15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