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수경(26·여)씨는 올해 초 운전면허를 따고 지난 5월 첫 차를 샀다. 이후 한 달 새 무려 세 건의 사고를 잇달아 냈다. 그는 “다시 운전면허 시험이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소문에 후다닥 면허를 땄다”면서 “내 주행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걸 느끼지만 운전하다 보면 늘지 않겠느냐”고 14일 말했다.
정부가 2011년 운전면허 간소화 방안을 실시한 이후 초보 운전자 사고가 급증하면서 교통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달부터 운전면허 학과시험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10명 중 9명은 쉽게 장내 기능시험을 통과하고 있어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0년 41만8007명이던 2종 보통면허 취득자는 간소화 시행 첫해인 2011년 64만815명, 2012년에는 67만6596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운전면허 취득자 수도 같은 기간 127만1988명에서 149만9520명으로 늘었다. 초보 운전자가 갑자기 많아지면서 이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도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1·2종 면허 취득 1년 미만 운전자의 사고 건수는 2010년 8288건에서 2011년 7426건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간소화 혜택을 본 운전자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12년에는 갑자기 9247건으로 24.5% 증가했다.
‘운전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의 교통사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면허 취득이 쉬워지다 보니 늦은 나이에 면허를 따는 경우도 늘고 있어서다. 허술한 면허 갱신 과정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0년 1만2623건이던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2011년 1만3596건, 2012년 1만5190건, 지난해 1만7590건으로 증가 추세다. 노인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도 2009년에는 585명이었지만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737명에 달했다. 고령화 영향까지 겹치면서 노인 운전자 수는 2010년 129만9913명에서 올해 186만9155명으로 늘어났다.
노인 운전자 사고는 운전자의 실수 탓도 있지만 치매 환자 등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운전자를 걸러낼 수 없는 면허 갱신 절차 때문이기도 하다. 면허 갱신 절차는 간단한 신체검사만으로 진행된다. 주행 능력에 대한 별다른 평가 체계는 없다. 우리나라 면허 취득이 쉽다고 소문이 나다 보니 중국에서 ‘원정 시험’을 치러 오는 경우도 잦다. 외국인도 국내에서 면허시험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면허를 딴 뒤 중국 면허로 바꿔 자국에서 운전하려는 사람들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부랴부랴 운전면허 학과시험 문제은행을 기존 300문항에서 700문항으로 확대했다. 면허 취득자들의 이론 학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교통사고와 직결되는 주행 능력에 대한 대책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 취약계층의 사고가 급증하는 원인이 운전 기술의 문제인지, 준법 의식의 결여에 따른 것인지 등을 다각도로 분석 중”이라며 “운전면허를 딴 사람이 도로에 나갔을 때 최소한의 운전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기획] 쉬워진 운전면허… 요즘 초보는 ‘사고뭉치’
입력 2014-10-15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