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직원들이 휴가를 제대로 못 가는데 연가보상비 대신 휴가비를 주는 건 어떨까요?”
기획재정부 소속 한 과장이 지난 8월 17일 열린 업무혁신 토론회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한 내용이다. 바쁜 업무에 치여 휴가도 못 챙겨먹는 대다수 기재부 공무원들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실제로 기재부엔 휴가에 목말라 있는 공무원이 많다.
공무원 생활 20년째인 A과장은 지난해 휴가로 21일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실제 사용일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일뿐이었다. 그나마 이 중 5일은 사무실에 출근해 일을 했다. 휴가를 소진하지 않으면 부서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못 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거짓 휴가’를 사용한 것이다. A과장은 “예산실처럼 바쁜 부서는 이마저도 못 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휴가를 반납한다고 해서 연가보상비를 전부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용한 예산 범위 내에서 지급되는데 지난해 경우엔 12일치만 줬다. 하루치 연가보상비는 8년차 사무관 기준 7만7000원 정도다. 한 기재부 사무관은 “세종시로 내려온 이후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직원들이 늘면서 휴가에 대한 ‘갈망’이 더 커졌다”며 “오죽하면 연가보상비를 휴가비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기재부는 토론회에서 나온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안전행정부 예규에서 정해 놓은 연가보상비 지급 기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심스러운 것은 국민 인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휴가만 간다는 인식을 가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2002년 유행했던 광고문구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남의 얘기”라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관가 뒷談] 기재부 직원들 “연가보상 대신 휴가비라도…”
입력 2014-10-15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