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28사단 폭행사망사건과 22사단 총기난사사건 등 서열화된 병영문화에서 촉발된 부조리를 막기 위해 병사의 계급체계를 ‘일병-상병’의 2단계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실화되면 병장은 분대장만, 이병은 훈련소 신병만 맡는 직책으로 바뀐다.
육군본부는 14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병사들의 계급체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은 “‘이병-일병-상병’ 체계를 기본으로 분대장 선발인원에게 병장 계급을 부여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병 계급의 경우 신병훈련 기간에만 부여되고 분대장에 선임되지 못한 일반 병사는 전역 당일 병장 계급을 받게 된다.
이는 1954년부터 60년 동안 유지돼 온 ‘이병-일병-상병-병장’의 4계급 체계를 사실상 2계급 체계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미국·호주는 3계급, 중국·러시아는 2계급 체계이며 태국은 아예 병사 간 계급 구분이 없다.
육군 관계자는 “12월쯤 육군의 최종안을 마련해 국방부에 군인사법시행령의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령이 개정되면 대부분 병사는 전체 21개월 군 생활 가운데 이병으로 5주, 일병과 상병으로 각각 9∼10개월 정도를 보내게 된다. 육군은 새 계급체계가 적용되면 상병에서 분대장 병장으로 진급하는 비율이 전체 병사의 4.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육군은 “개선안은 왜곡된 서열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입대 날짜에 따라 정해지는 계급서열이 작동한 결과, 선임이 후임에게 가하는 압박이 정당화되는 악습을 막아 보자는 취지다. 자대 배치된 뒤 신병의 ‘꼬리표’로 작용하는 이병 계급을 없애겠다는 발상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같은 계급 안에서도 1개월 단위로 서열이 세분화되는 일선 병영현실을 감안하면 계급을 없애는 것만으로 서열문화가 근절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국감장에서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근본적인 대책이 안 된다”며 “왜곡된 서열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육군사관학교-3사관학교-학군단’으로 서열화된 장성, 장교들의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사단 현역 사단장의 여군 부하 성추행 사건 등 군내 성범죄 문제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은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군을 현역 사단장이 또 성추행할 수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은 두 차례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김 총장은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성범죄는 지위고하를 따지지 않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계룡=유동근 기자
병사 계급 ‘일병-상병’ 2단계로… 분대장만 병장 단다
입력 2014-10-15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