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만에 나타난 김정은] ‘1인 신변’이 정권 변수와 직결 혹시 北 급변사태?… 신경곤두

입력 2014-10-15 02:18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40일간 잠행’은 우리 사회에 작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뇌사설, 쿠데타설 등 온갖 풍문을 양산시켰으며 혹시라도 진짜로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많았다. 그렇다고 새삼스럽지는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도 비슷한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 최고지도부의 거취에 이상 조짐이 보이면 뒤숭숭해질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남한 사회의 숙명 같은 모습일지도 모른다.

김 제1비서가 ‘지팡이 컴백’으로 14일 건재를 과시함으로써 그의 부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풍문은 빠르게 잦아들 전망이다. 북한 최고지도부의 일거수일투족, 특히 건강 문제에까지 남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북한 체제의 독특함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최고지도자 1인 중심사회여서 그의 건강 변수가 곧바로 정권과 체제의 변수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공개 활동이 드물어지거나 건강에 문제가 불거지면 곧바로 체제 급변 가능성까지 제기되곤 한다. 고 교수는 “북한 관련 사안은 확인이 잘 안 되니까 그런 의혹이 한번 생겨나면 조기에 해소되지 않고 오래 지속되면서 유언비어나 각종 설(說) 등으로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제1비서의 경우 이른바 ‘백두혈통’을 이을 수 있는 후계자가 없어 신병이상설이 과대하게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 그는 지난해 ‘주애’라는 이름의 딸을 낳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 득남 소식은 없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13일(현지시간) CFR 홈페이지에 “김 제1비서 부재 사건은 백두혈통에 의존하는 북한 체제의 취약함을 드러내준 사건”이라며 “향후 20년간 직계에서 뚜렷한 후계자를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잠재적 불안정성이 계속 내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들어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개인들 간 보편화된 정보교환 수단이 되면서 김 제1비서와 관련된 미확인 정보나 ‘증권가 찌라시’ 등이 SNS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됐다. SNS는 과거 김정일 시대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부재 미스터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중국에서 김 제1비서의 풍문이 많이 퍼진 것 역시 ‘카더라’ 통신이 가능한 SNS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김정은 체제가 덜 안정돼 있어 남한을 비롯한 주변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걱정 어린 시선으로 이번 잠행을 바라봐야 했다. 자신의 고모부(장성택)를 공개적으로 숙청한 김 제1비서의 공포 정치에 반발한 내부 쿠데타 가능성으로 인해 급변사태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북한의 체제 붕괴 시 남한의 극심한 경제적·사회적 혼란을 우려한 여론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남한 당국자들 중 김 제1비서가 제발 건재하기를 바랐던 이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