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최루액을 막기 위해 등장했던 우산에 이어 대나무 바리케이드가 홍콩 시위의 또 다른 상징물로 떠오르고 있다.
홍콩 경찰과 친중(親中) 성향 단체들이 도심 점거 시위대의 바리케이드 철거에 나서자 시위대는 대나무 바리케이드로 맞서고 있다. 홍콩 금융중심가 센트럴의 퀸스웨이에 세워진 대나무 바리케이드는 쓰레기통에 시멘트를 넣어 중심을 잡고 대나무로 엮어 만든 것이다. 건축 공사장의 ‘비계’(飛階·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와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나무는 몇몇 시민들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시위대의 뛰어난 복원력과 손재주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점거 시위 중인 알렉스 리는 “여기 와서 처음 만들어 봤다”면서 “건설 노동자들이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고 소개했다. 지나가던 건설 노동자는 “차가 부딪혀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솜씨”라고 놀라워했다. 도심 점거 시위 지역에는 대나무 외에도 새로운 바리케이드 제조를 위한 쇠사슬과 오토바이 자물쇠용 체인들도 속속 기부되고 있다.
이에 맞서 경찰은 전기톱과 나무용 가위 등을 동원해 대나무 바리케이드 제거에 나섰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홍콩 경찰 250여명은 13일에 이어 이날 새벽에도 시위대의 바리케이드 철거에 나서 일부를 경찰 장벽으로 대체했다. 대나무 바리케이드 제거를 위해 ‘새로운 수단’을 동원한 셈이다.
하지만 대학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의 알렉스 차우 비서장은 “점거 지역 중 한 곳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도심 점거 시위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중 성향 단체와 시위대 간 마찰도 이어지고 있다.
얼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얼굴을 가린 100여명은 이날 오전까지 대표적 반중(反中) 매체 빈과일보를 발행하는 넥스트미디어 그룹의 본사 출입문을 봉쇄했다. 이로 인해 신문 배달이 이틀째 지연됐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대나무 바리케이드, 홍콩 시위의 또 다른 상징물
입력 2014-10-15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