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감에서 허위보고한 감사원 국방부 국토부…

입력 2014-10-15 02:30
우리나라 국정감사의 고질(痼疾)을 꼽자면 대안 없이 호통만 치고, 소위 ‘묻지마식’으로 증인을 채택하는 것과 함께 피감기관들의 잦은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국회의원들의 행태가 미덥지 못하더라도 국정감사장에서 행정부가 허위보고를 하는 건 입법부는 물론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다. 그럼에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감사원과 국방부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수색 및 구조 활동 적정성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감사원 직원을 정부기관에 파견해 정밀하게 감사하는 ‘실지(實地)감사’를 했다고 국회에 보고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난달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에게 국방부에 대한 실지감사 현황 보고서를 제출한 데 이어 국방부가 감사원으로부터 실지감사를 받았다고 보고했다가 전 의원의 추궁이 계속되자 실지감사는 없었다고 털어놨다는 것이다. 실지감사 실시를 통보했으나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수색 및 구조 활동이 계속돼 실지감사를 못했다는 게 감사원과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건 아니다. 또한 검찰 수사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된 상태인 만큼 실지감사 실시 여부가 갖는 폭발력도 크지 않다. 하지만 국회를 상대로 한 거짓말이라는 점이 문제다. 입법부와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획재정부와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문제를 놓고 협의한 적이 없다는 국토교통부 자료도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한 뒤 답변하겠다”고 했지만 정황으로 볼 때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가 국정감사장에서 해상작전헬기 사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게 방위사업청의 반대 때문이라고 밝힌 점을 둘러싸고도 거짓 논란이 벌어졌다.

행정부는 거짓말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잘못을 감추려 속임수를 쓰다가 발각되면 신뢰 추락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차제에 국회는 행정부의 허위자료 제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