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안내견 ‘미래’의 마지막 수업

입력 2014-10-15 02:50 수정 2014-10-15 20:56
강신혜선생과 파트너가 되어 7년간 동거 동락했던 안내견 미래가 자신의 마지막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안내견 양성은 크게 일곱 단계로 구분되며 한 마리 양성에 약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위). 1) 번식(Breeding) 2) 퍼피워킹(Puppy Walking: 생후 7주된 강아지를 약 1년간 일반가정에 위탁해 사람과 친숙해지는 과정) 3) 안내견 훈련 (Guide Dog Training) 4) 시각장애인과의 만남 (Matching) 5) 파트너 교육 (Client Training) 6) 사후관리 (Follow-Up) 7) 은퇴견 관리 (Retired dog Care)의 과정을 밞는다. 미래는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성 시신경위축으로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강신혜씨의 눈이 되어 대학 4년을 함께 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며 미래와 한 컷(아래 왼쪽). 모처럼 외출에 나선 강신혜씨가 미래와 마을버스에 오르고 있다(아래 오른쪽). 곽경근 선임기자
1학년7반 친구들이 미래의 성공적인 정년퇴임을 축하해주고 있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미래를 위해 준비한 케이크와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도 읽어주고 운동장에서 함께 기념촬영도 했다(위). ‘미래’를 특별히 좋아했던 김누리(1학년)군이 ‘미래’에게 쓴 글을 읽고 있다(아래).
‘미래’는 청운중학교 최고 인기 스타이다. 쉬는 시간이면 ‘미래’를 보기위해 학생들이 줄을 설 정도이다(위). 퇴근 후 집에서 강신혜 교사와 어머니가 ‘미래’를 마사지해준 뒤 정성껏 털을 손질하고 있다(아래).
‘미래’와 1학년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셀카봉을 이용해 마지막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위). 학생들과 점심시간 산책에 나선 ‘미래’(아래).
자신의 임무를 모두 마친 은퇴한 안내견들이 태어나고 훈련 받았던 안내견학교에서 훈련사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안내견학교는 에버랜드가 삼성화재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위). ‘미래’와 강신혜교사가 헤어지기 전 집 인근에 위치한 광화문 광장 산책길에 나섰다(아래).
“사랑하는 친구들아∼. 모두 모두 고마워! 나를 위해 고깔모자와 케이크도 준비하고 꽃가루도 날려주고! 오래오래 기억할게!”

지난달 26일 서울 청운중학교 1학년 7반의 5교시는 3년 동안 정들었던 친구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수업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시각장애를 가진 이 학교 강신혜(26) 국어선생님을 안내하는 ‘미래’라고 합니다. 저는 2004년 7월 29일 용인 에버랜드 인근에 있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미담’ ‘마리’라는 이름을 가진 두 여동생과 함께 태어났어요. 위탁가정에서 1년간 사회화 과정(Puppy Walking)을 거쳐 안내견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2007년 봄 선천적 시신경위축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강신혜 누나와 운명적으로 만났지요.

대학에 갓 입학한 풋풋한 신혜 누나를 처음 본 순간 너무 예쁜 누나의 모습에 펄쩍펄쩍 뛰면서 견사(犬舍) 안을 밤새 맴돌았어요. 그렇게 누나와의 첫 만남이 시작된 후 전 사랑스러운 누나의 눈이 되어 하루도 빠짐없이 누나와 대학생활 4년을 함께했어요. 졸업식 때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학교에서 감사패도 받았지요. 누나가 꿈에 그리던 선생님으로 발령받고 떨리는 목소리로 첫 수업을 한 지도 벌써 3년이 다 돼 가네요. 저도 서당 개 3년차라 이제 풍월 좀 읊나 했더니 벌써 마지막 수업시간이 되고 말았어요.

사실 제 나이가 사람 나이로는 열 살이지만 저희들 나이로는 환갑이거든요. 창피한 일이지만 은퇴할 때가 되긴 했는지 요즘 길도 가끔 헷갈리고 이따금 저도 모르게 소변을 봐 버리기도 한답니다. 지금 신혜 누나는 제 옆에서 점자정보 단말기를 이용해 수업에 열중입니다. 하지만 저는 명예롭게 은퇴하는 마지막 수업시간이고 보니 지난 7년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네요.

첫 근무지였던 서울 창북중학교 앞에서 누나와 함께 당당하게 기념촬영을 했던 가슴 벅찬 순간, 교문 담벼락에 제가 영역표시를 했던 일도 기억이 또렷하고요. 누나의 두 번째 근무지인 이곳 청운중학교에 발령받았을 때 누구보다 저를 따뜻하게 반겨주신 권혁미 교장선생님은 1층 한적한 곳에 따로 제 자리까지 마련해주셨습니다. 오가는 길에 늘 다정하게 말을 붙여주시던 여러 선생님들도 모두 감사해요. 특히 쉬는 시간이면 귀찮을 정도를 저를 찾아와 쓰다듬어 주고 몰래 개껌도 제 입에 넣어주고 갔던 친구들, 모두 모두 잊지 못해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오르내렸던 계단과 교실 복도의 정든 나무냄새, 점심시간이면 창 너머 운동장에서 힘차게 공놀이하던 친구들의 모습, 숨이 막힐 정도로 펄펄 끓어오르던 한여름의 아스팔트길과 늘 신경 쓰이던 건널목, 지난겨울 흰눈이 소복이 쌓인 운동장을 누나와 6개의 발자국을 찍으며 퇴근하던 일 등등이 모두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제 실수로 내리막 골목길에서 누나가 넘어져 너무나 당황했던 일, 그래도 “괜찮다”며 나를 꼭 껴안아주던 누나의 따뜻한 마음도 기억하고 있어요.

참 지난 추억 이야기만 늘어놓다 보니 ‘시각장애인 안내견(Guide dog for the Blind)’에 대해 궁금하실 것 같네요. 저희들은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기 위해 훈련된 장애인 보조견입니다. 대부분 캐나다가 고향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 많아요. 성격이 온순하고 특히 사람과의 친화력, 건강, 충성심, 지능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현재 영국 미국 뉴질랜드 일본 등 전 세계 27개 나라에서 2만5000여 마리의 안내견이 활동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60여 마리의 안내견이 시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께서 저희들이 무척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실은 일반 가정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반려견 친구들보다 24시간 가족들의 정성스러운 돌봄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친구들보다 건강하게 오래 산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누나와 긴 시간을 함께할 후배 안내견 ‘자람’이에게는 선배가 한 가지 제안을 할까 해.

“자람아! 선배가 7년간 지켜보았지만 신혜 누나는 참 똑똑하고 착하고 예쁘고 건강하고 성격 좋고 학생들 잘 가르치는 정말 1등 신붓감이야. 전엔 내가 남자친구 만나면 무조건 싫어하고 짓궂게 굴었어. 너는 누나가 좋은 남자친구 만나면 무조건 잘해줘! 그래서 누나 결혼식 날, 우리도 꽃단장한 화견(花犬)이 돼 다시 만나자고! 어때 좋은 생각이지?”

(위의 안내견 ‘미래’가 들려준 이야기는 강신혜 선생님의 구술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 안내견 양성과정 소개 >



1) 번식(Breeding) 안내견은 품종과 혈통이 검증된 엄선된 종견과 모견에서 태어난다.



2) 퍼피워킹(Puppy Walking) 생후 7주된 강아지를 일반가정에 1년간 위탁하는 사회화 프로그램으로 사람과 함께하는데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이다.안내견학교에서 예방접종 및 기본 사육용품 일체를 제공하며 안내견학교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사회화 훈련을 돕는다.



3) 안내견 훈련 (Guide Dog Training) 퍼피워킹 후 전문 훈련사에게 6~8개월간 본격 훈련을 받는다. 주로 실제 생활공간인 도로나 상가, 지하철, 버스 등 여러 환경에서 이루이지며 기본훈련(배변, 식사)과 복종훈련, 보행훈련, 교통훈련 등 다양한 과정으로 진행된다.



4) 시각장애인과의 만남 (Matching) 안내견 분양을 원하는 시각장애인의 특성(성격, 직업, 걸음걸이, 건강, 생활환경)에 가장 적합한 안내견을 선정하는 과정이다.



5) 파트너 교육 (Client Training) 안내견이 선정되면 예비 파트너와 4주간의 교육 과정을 거친다. 첫 2주는 안내견학교 숙소에서 안내견의 일반적인 관리법을 배우고, 나머지 2주간 자신의 주거지와 주요 보행지역을 중심으로 현지교육이 진행된다.



6) 사후관리 (Follow-Up) 안내견이 분양된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훈련사들이 가정을 방문해 보행상태와 안내견의 건강을 체크한다.7) 은퇴견 관리 (Retired dog Care)은퇴한 안내견은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위탁(은퇴견홈케어)되거나 안내견학교로 돌아와 편안히 여생을 보낸다.

사진·글=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