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 대세 ‘다양성영화’ 가이드] 어서오세요, 다양성영화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입력 2014-10-15 02:09
‘비긴 어게인’ ‘한공주’ 등 다양성영화가 흥행하면서 다양성영화관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사진은 올해 10주년을 맞은 CGV의 다양성영화 브랜드인 ‘무비꼴라쥬’관. CGV 제공
“10분만 늦어도 영화관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엔딩크레딧(영화 끝부분에 제작 참여자임을 보장하는 이름들이 나오는 것)이 다 올라갈 때까지 일어나지 마세요.”

까다롭다. 이것, 저것 지켜야 할 것도 많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찾는 데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들 얘기다. 영화 ‘비긴 어게인’의 흥행으로 다양성영화에 대한 시각이 바뀌면서 다양성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양성영화가 뭐지?=다양성영화란 작품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소규모 저예산 영화를 말한다. 과거 독립영화, 예술영화로 불렸던 것들을 아우르는 용어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하고 있다. 다양성영화로 선정되면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장기간 상영할 수 있고 영화 등급을 심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면제된다.

해외 메이저 영화 제작사들의 참여도 다양성 영화의 수준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니버셜, 폭스, 디즈니와 파라마운트 등 메이저 영화사들은 다양성영화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각각 포커스 픽쳐스, 폭스 서치라이트, 미라맥스와 파라마운트 빈티지라는 서브 브랜드를 만들었다. 서브 브랜드 회사는 메이저 영화사의 힘을 빌려 유명 감독과 배우를 영입해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다양성영화, 어디서 보지?=정부의 지원으로 다양성영화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 졌다. 지난 3월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다양성영화를 볼 수 있는 스크린 수는 60여개. 특히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는 다양성영화 스크린 확대에 일조했다.

CGV의 다양성영화 브랜드인 ‘무비꼴라쥬(무꼴)’는 오는 29일 열 돌을 맞는다. 다음달 1일부터는 이름을 ‘아트하우스’로 바꾼다. 무꼴이 2004년 ‘인디영화관’으로 운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상영관은 3개에 불과했다. 현재 무꼴 전용관은 서울과 부산, 천안, 대전 등 전국에 19개나 된다. 개관 초 5만9000명 남짓했던 연간 관객도 올해는 1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도 서울 건대입구, 대구, 부산 센텀시티 등에 아르떼관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성영화마저 대기업이 가져갔다는 비난이 있지만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지난 해 ‘지슬’이나 올해 ‘한공주’,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등의 흥행에는 무꼴의 역할이 컸다.

영화 수입업체 관계자는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써야 하는데 무꼴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홍보가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영진위로부터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을 받는 영화관과 지원은 받지 않지만 예술영화관이라 인식되는 영화관이나 독립영화전용관도 있다.

형태는 다양하다. 이화여대와 고려대, 건국대 등의 캠퍼스 안에 각각 문을 연 아트하우스모모, KU씨네마트랩, KU씨네마테크는 학생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인기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 미술관 안에도 다양성영화 상영관이 자리 잡았다. 서울의 인디스페이스와 진주의 독립영화관인디씨네 등은 시민과 영화인들의 모금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양성영화관에만 있는 질서=멀티플렉스를 제외한 다양성영화관에선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일단 광고와 예고편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티켓에 적힌 영화 시간에 정확히 영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제 시간에 들어가지 않으면 앞부분을 놓칠 수 있다. 영화가 시작되고 10분이 지나면 입장조차 못한다. 외부 음식물 반입도 안 된다.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영화관 내 외부 음식물 반입이 가능해졌지만 다양성영화관은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며 이를 금하고 있다. 영화가 끝나도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기 전까진 조명을 켜지 않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