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프랑스의 미시경제학자 장 티롤(61) 툴루즈 1대학 교수가 선정됐다. 티롤 교수는 독과점 시장의 규제 방안을 연구해 왔다. 최근 20여년 동안 미국이 거의 싹쓸이해 온 경제학상을 프랑스 학자가 단절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영·미권 위주 경제학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티롤 교수가 소수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의 실패를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해 올해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독점·독과점 기업 규제 분야에 권위자인 티롤 교수는 2000년대 중반부터 노벨 경제학상 수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오다 이번에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티롤 교수 이전의 연구자들은 시장의 독과점을 규제하는데 가격의 상한선을 정하고 담합을 금지하는 등 단순한 정책을 써왔지만 티롤 교수는 이런 정책이 단점이 많다는 점을 규명했다. 예를 들면 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업체들 간 협력은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는 등 부적절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지만 특허를 공유하는 것은 공익을 위해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1개 기업과 하청 기업의 합병도 경쟁을 제한하기보다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봤다.
티롤 교수는 이런 견해를 내세우며 규제는 일반적인 원칙이 아니라 각 산업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논문과 책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 설계의 틀을 제시하면서 실제 전기통신업 및 은행업 등 여러 산업에 적용시키기도 했다. 노벨위원회는 “티롤 교수의 연구를 통해 정부가 강력한 기업을 보다 생산적인 기업이 되도록 장려하는 동시에 경쟁자와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통찰력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티롤 교수는 프랑스 툴루즈 태생으로 1981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툴루즈 1대학에서 산업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티롤 교수의 수상은 미국 학자 중심의 경제학 구도를 끊었다는 의미도 갖게 됐다. 최근 20여년 동안 노벨 경제학상은 거의 미국 학자들이 휩쓸어왔다. 프랑스 학자가 수상한 것은 ‘시장이론과 지원의 효율적 이용’ 연구 공적으로 1988년 모리스 알레가 선정된 이래 25년 만이다.
유윤하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티롤 교수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을 이미 오래전에 받았어야 했지만 비교적 나이가 젊어 미뤄진 측면이 있다”며 “기업의 독과점 연구에 대해 독보적인 학자”라고 평가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툴루즈 대학을 유럽 미시경제학의 메카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의 큰 흐름을 바꿀 만한 연구가 아니라 기술적인 연구에 치중한다는 비판도 있다”고 소개했다.
세종=이용상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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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에 프랑스 장 티롤 교수, 독과점 인한 ‘시장의 실패’ 해법 제시
입력 2014-10-14 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