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13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밝힌 것은 잃어버린 사용자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 때문이다. 검열 논란 초기에 미숙한 대응으로 카카오톡에 대한 불신이 눈덩이처럼 확산되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사용자들의 준엄한 꾸짖음을 듣고 많은 반성을 했다”면서 “고심 끝에 법적 처벌이 따르더라도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법 집행을 거부했을 때 따르는 비난이나 처벌보다 사용자 이탈이 더 치명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실제로 검열 논란이 불거진 이후 카카오톡 가입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외부 통계나 서비스 수치 등을 살펴보면 최근 들어 약간 하락세가 있다”면서 “최근 상황 때문에 탈퇴를 하거나 예전보다 사용을 덜 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사용자가 줄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카카오의 결정은 ‘위험한 승부수’로 보인다. 무엇보다 일방적으로 영장 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게 큰 걸림돌이다. 이 대표는 처벌을 감수하더라도 하지 않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사법기관이 수차례 감청영장 집행을 요구하면 기업이 이를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원칙에 따른 법 집행을 거부할 경우 그 파장은 이 대표 본인뿐만 아니라 다음카카오 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공무집행방해죄로 사법처리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경영진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한 사안으로, 다른 분이 대표이사여도 이 부분은 철저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치권 등에서 논란이 된 패킷 감청과 관련해서는 “패킷 감청을 하려면 장비가 카카오톡 서버에 접속돼야 하지만 현재는 그런 설비가 없다”며 “앞으로도 그런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다음카카오가 최근 잇달아 발표하는 보안 강화 대책은 서비스의 전체적인 균형을 감안하지 않은 채 발표한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서비스는 보안을 강화하는 만큼 사용성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카카오톡도 자칫하면 보안은 좋은데 사용하기엔 느리고 불편한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이 대표도 “보안과 사용성은 대치되는 개념이다. 대화 내용 암호화를 위해 종단 간 암호화를 구현하면 불가피하게 사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뢰 회복을 위해 사용성은 제쳐두고 프라이버시 강화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서비스 품질 저하로 카카오톡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음카카오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신규 서비스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표는 “신규 서비스도 새로운 시각에서 검토한다. 출시를 늦추더라도 프라이버시 우선 정책에 부합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다음카카오 “고객 이탈이 더 치명적” 판단… 처벌 감수
입력 2014-10-1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