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 강제진압 초읽기?

입력 2014-10-14 03:16
홍콩 시민의 도심 점거 시위 16일째인 13일 경찰이 일부 지역에서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면서 강제 진압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위대와 친중(親中) 성향 단체들 간 충돌도 빚어졌다.

홍콩 경찰은 이날 새벽 애드미럴티와 몽콕 등에서 바리케이드를 전격 철거했다. 다행히 시위대의 경계가 느슨한 틈에 이뤄지면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 해산이 아니라 교통 재개를 위한 조치”라고 발표했다. 교통이 마비됐던 일부 지역에서는 현재 신호등이 재가동되는 등 차량 통행이 재개됐다.

하지만 친중 성향 인사들이 바리케이드 철거에 가세하면서 시위대와 충돌했다. 택시기사와 트럭기사, 친중 단체 회원, 마스크를 쓴 정체불명의 사람들 등 수백 명이 애드미럴티에서 바리케이드 철거를 시도하다 시위대와 다툼을 벌였다. 경찰이 출동해 두 세력을 분리했고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던 이들 중 흉기를 소지하고 있던 이들을 체포했다.

전날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무력으로 시위 현장을 정리하거나 학생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지만 최종적으로 정리가 필요하다고 결론나면 최소한의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강제 진압을 경고한 바 있다. 바리케이드 철거 조치는 강제 진압에 대한 사전 경고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최루가스통을 운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마지막까지 남은 시위대는 경찰 진압에 대비해 우산과 마스크를 준비하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날 시위 지도부는 정부청사 앞 ‘시민광장’을 시위대에 개방하면 도로 봉쇄를 일부 해제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정부는 시민광장 사용을 위해서는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가 민주화 시위 탄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중국과 홍콩 정부 사이트를 공격했다. 어나니머스는 11∼12일 이틀간 52개 중국 정부와 홍콩 경무처 사이트에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해 해당 사이트들을 마비시키고 상당한 자료를 빼냈다. 중국은 홍콩 민주화 열기의 중국 내 확산을 막기 위해 집안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AP통신은 중국의 대표적 민주인사인 궈위산이 구속된 상태라고 변호인을 인용해 밝혔다. 혐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홍콩 반중 시위에 지지를 표명한 중국 인사 수십명이 강제 연행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궈위산은 2012년 산둥성 시골에 가택연금된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 천광청의 탈출을 도운 것으로 유명하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