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욱 목사 성추행 혐의 재판국 구성키로

입력 2014-10-14 03:54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 회원들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은석교회에서 열린 정기노회에서 전병욱 전 삼일교회 목사 처리와 관련한 발언권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평양노회 목사님들! 당신의 딸들이 성추행을 당해도 이렇게 4년간이나 외면하겠습니까?’

13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제175회 평양노회가 개최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은석교회 입구에서 8명의 시위대가 전병욱 전 삼일교회 목사의 징계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노회 회무가 시작되자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 강재식 노회장에게 ‘예장합동 평양노회에 드리는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평양노회에서는 전 목사 처리 문제가 최대 이슈였다. 송태근 삼일교회 목사가 “오늘 이 자리에서 재판국을 설치해 이 문제를 끝내 달라”고 발언하자 장내 분위기는 고조되기 시작했다. 일부 회원은 “허락이요” “재판국을 설치하라”고 외쳤다.

한 노회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평양노회가 언제 이렇게 됐습니까. 평양노회는 일반 언론까지 주목하며 동네북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습니다. 여우 한 마리가 과수원을 무너뜨리듯 입에 담기도 싫은 행동을 한 사람 하나가 우리 노회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너무 부끄럽고 속이 상합니다.” 여기저기서 “옳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성택 평안교회 원로목사가 “조용히 기도하면 하나님이 처리하신다”면서 “조금만 더 참고 기도하자. 신중을 기해 달라”고 발언하면서 장내는 잠시 차분해졌다.

송 목사가 다시 등단해 “이번 노회에서 이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면 노회 분립 등의 문제로 영구미제로 남는다”면서 “노회와 총회,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해 이 문제를 공정하게 다뤄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2010년 10월부터 불거진 전 목사 관련 성추문 사건 처리가 노회에서 지지부진했던 것을 두고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총대들은 2시간 넘는 격론 끝에 이 건을 정치부에 넘겨 처리키로 했지만 정치부도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총대들은 또다시 2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으며 결국 목사 4명, 장로 3명으로 재판국을 구성해 1개월 안에 그 결과를 임시노회에 보고해 결정키로 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