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간 경찰 수사망을 피해 사우나를 돌아다니며 금품을 훔친 30대가 거리에서 우연히 담당 형사와 마주쳐 구속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사우나에서 잠든 손님의 휴대전화, 지갑 등 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유모(39)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유씨는 지난 3월부터 서울 강동·종로·서대문·성북구 일대의 사우나 수면실에서 잠든 손님의 주머니 안이나 머리맡에 놓인 소지품을 7차례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8월 중순 서대문구의 한 사우나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신고를 받고 사우나 CCTV를 통해 체크무늬 셔츠와 청바지, 흰색 운동화 차림의 유씨를 확인했다. 이곳에서부터 반경 3.5㎞ 안에 설치돼 있는 CCTV 50여대를 분석해 도주로를 추적했지만 검거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 3일 지하철 3호선 홍제역 인근에서 퇴근길 버스를 기다리던 서대문경찰서 강력팀 김현식(36) 형사 앞에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한 달 반 동안 자취를 감췄던 유씨가 같은 옷을 입고 또다시 범행에 나선 길이었다. 유씨를 알아본 김 형사는 임의동행 형식으로 인근 파출소에 끌고 간 뒤 긴급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가 이혼 후 쪽방촌을 전전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뛰어 봤자, 손바닥 안?
입력 2014-10-14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