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매수 “위험” “적기”… 전문가들도 극과 극

입력 2014-10-14 03:13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해 외국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은 기대와 다르게만 움직이고 있다. 13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의 외면 속에 1920선까지 추락했다. 코스피에 비해 선방하던 코스닥마저 4% 가까이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시장에서는 ‘최노믹스’ 기대 효과가 바닥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많다. 증권가의 전망마저 엇갈려 투자자들은 더욱 혼란스럽게 됐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며 여전히 미래를 낙관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바람 빠진 공은 잘 안 튀어 오른다”며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곳도 생겼다.

◇새로운 악재들=지난달부터 미국 달러화 강세와 함께 촉발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은 유럽발 경기침체 우려로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주 후반부터 시장에 새로운 악재인 ‘유럽발 경기침체론’이 반영되며 글로벌 증시가 동반 조정 국면을 맞았다고 분석 중이다. 국제금융센터도 현재 자본시장에는 유로존·일본·브라질 성장세 약화 속에 미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 지정학적 위험 등이 복잡하게 혼재한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하나의 악재가 수그러들면 다른 악재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성장·기술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마저 고꾸라진 것은 대형주뿐 아니라 중소형주에도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방증한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기대주’ 다음카카오의 상장을 하루 앞두고 다음이 7.76% 하락했고, CJ오쇼핑과 JYP Ent·에스엠 등이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대북(對北) 리스크도 새로운 악재에 해당한다. 대북전단 풍선을 향한 북한의 총격과 대응사격 등 고조되는 남북관계가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엇갈리는 증권가 전망=키움증권은 이날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 예상’이라는 보고서를 펴내고 투자자들에게 저가 매수를 권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실적부진을 반영하더라도 이미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올 2분기 기준)에 근접해 있다는 근거로 나온 조언이었다. 이 증권사는 “과매도 영역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하며, 주중 반등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KTB투자증권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며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힘없이 무너지고 있지만 이는 박스권 돌파를 시도하기 위한 ‘에너지 축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증권사는 “대부분의 업종이 동반 과매도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시장 패닉은 충분히 진행됐고, 기술적 반등이 기대된다”고 했다.

반면 교보증권은 정반대로 “바람 빠진 공은 터지지도 않지만 반등도 작다”며 냉정한 분석을 내놨다. 이 증권사는 “기술적 반등이라는 요행을 기다려야 하는 피동적 입장”이라며 “단기 반등을 낙관해 저가 매수에 나설 경우 변동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아이엠투자증권은 “현재의 주가 흐름은 펀더멘털의 하락을 늦게 인지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절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는 여유롭게 관찰하는 기간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