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및 인구 감소로 인한 도시공동화(空洞化)가 심각한 일본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을 중심으로 빈집 등을 개조해 주거공간이나 점포를 만드는 ‘리노베이션’이 주목받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리노베이션은 인테리어만 바꾸는 리모델링보다 더 과감하게 구조나 설비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판 리노베이션의 핵심은 지정된 한 공간을 좁은 단위로 나누고, 임대료를 낮춰 세입자들을 입주시키는 방식이다. 건물주의 임대료 수익도 보장하는 동시에 입주자를 늘려 주거문제 해결 및 고용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전체주택 가운데 약 13.5%가 빈집일 정도로 일본의 도시공동화는 심각하다.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겹치면서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내기 위한 리노베이션은 2011년 일본 남부의 기타규슈시에서 현지 출신 한 건축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기타규슈시는 2005∼2010년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급격히 감소한 지자체 중 하나다. 건축가 시마다 요헤이는 인근 건물주에게 빈 점포의 구조를 바꾸고 임대료도 낮춰 여러 세입자가 들어갈 수 있게끔 해 상권을 부활시켰다.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리노베이션 학교’를 열었다. 1년에 2번씩 장소를 바꿔가며 열린 모임에는 학자들은 물론 상인, 지자체 공무원들이 함께했다.
리노베이션 바람은 도쿄로도 번졌다. 지난 5월 ‘26년 후 소멸 위기 도시’로 꼽힌 도쿄 최대의 번화가 이케부쿠로가 있는 도시마구가 뛰어들었다. 도시마구는 현 추세대로라면 20, 30대 여성 인구가 절반 이상 줄 것이란 진단을 받았다.
아파트 한 동에 30가구가 빈집일 정도로 공동화가 심각했지만 높은 임대료 등으로 젊은 인구는 계속 줄어만 갔다. 이에 도시마구는 리노베이션 학교를 열어 빈집 활용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여러 세대가 같이 사는 셰어하우스 등이 검토되고 있다. 리노베이션 학교 관계자는 “빈집을 지렛대 삼아 고용창출은 물론 인구감소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 화제] 日, 리노베이션 바람 분다… 빈집 개조해 주거공간·점포 확보
입력 2014-10-14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