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책과제 수주한 교수들 도덕적 해이 도 넘었다

입력 2014-10-14 02:50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국책연구프로젝트를 따낸 뒤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불량 연구교수가 지난 4년여간 1243명에 달한다는 국민일보 보도는 나랏돈이 얼마나 줄줄 새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에게 국고 1933억원이 지급됐지만 ‘연구과제 불량’ 판단을 내리고도 회수한 연구비는 1.5%인 29억여원에 그쳤다고 한다. 이마저도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국책과제만 따진 금액이니 산업통상자원부 등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는 다른 부처들까지 합칠 경우 부실 연구에 낭비된 혈세가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이러니 국책연구비는 ‘눈 먼 돈’이라거나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국가 연구개발비는 더 나은 대한민국과 우리의 미래를 위한 종잣돈이다. 이런 소중한 돈을 허투루 쓰는 것은 미래를 도둑질하는 중대범죄와 다를 바 없다. 수억원의 혈세를 지원받고도 연구결과물을 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연구개발비 일부를 다른 용도로 썼다가 적발된 사례도 53명, 275억원이나 된다. 이러고도 대학 교수들이 최고의 지성이라고 낯을 들 수 있겠는가.

연구자들의 국책과제연구비 유용이나 횡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산업부 산하 공단이 지원하는 디자인 관련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과제 11건을 맡아 진행하면서 연구보조금 3억여원을 빼돌린 경기도내 대학 교수가 검찰에 구속됐다. 최근에는 국책연구원장이 연구사업비로 명품 넥타이를 사거나 고가의 향수를 구입한 사실이 국감에서 들통 나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연구비 유용·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연구과제 발주―수행―결과보고가 사실상 관리·감독 무풍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국책과제연구비를 낭비한 불량 교수로 지정됐는데도 대부분 1∼3년만 국책과제 연구 참여를 제한했다가 풀어준다는 점이다. 교수들은 이 기간 안식년이나 해외 방문학자 등으로 나가 있다가 돌아오면 아무런 제한 없이 또 국책과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 연구비를 받고도 연구물을 내지 않았는데 참여제한 제재가 끝난 ‘먹튀’ 교수가 111명에, 연구비는 106억원에 달한다. 연구비 유용이 적발되면 반납하면 되고,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란 식이다. 교수들도 뻔뻔하지만 연구비 유용을 방치하는 허술한 제도가 더 문제다.

연구비만 빼먹는 먹튀 교수들을 막으려면 국책과제연구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사후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 연구과제 결과물을 제출하지 않았다면 지원 금액을 모두 회수하는 게 맞다. 불량·부정 연구교수들의 국책과제 연구 참여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불량 연구교수들이 속한 대학이나 기관에 관리책임도 물어야 한다. 연구비가 엉뚱한 곳으로 새면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국민들과 선량한 연구자들이다. 부도덕한 일부 교수들 때문에 밤새 연구에 매진하는 선량한 교수들의 의욕과 역량이 꺾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