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컨 돌보던 간호사 에볼라 감염… 의료진 ‘공포 속으로’

입력 2014-10-14 02:12
미국의 여성 간호사가 12일(현지시간)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 판정되면서 미국 사회 전체가 공포에 떨고 있다.

그는 미국 내 두 번째 에볼라 환자이자 서아프리카가 아닌 미국 본토에서 감염된 첫 사례여서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보호 장비를 갖춘 이 여성이 어떻게 감염됐는지 미스터리가 이른 시일에 풀리지 않을 경우 에볼라 대응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텍사스주 댈러스 소재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일하는 이 간호사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CDC는 텍사스주 보건국의 전날 예비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자 곧바로 확진 검사를 실시했다.

이 간호사는 지난 8일 사망한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자 토머스 에릭 던컨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감염됐으며, 10일 밤부터 미열 증상을 보여 곧바로 격리 조치됐다. 현재 환자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CDC는 밝혔다.

문제는 이 간호사가 던컨 치료 과정에서는 가운과 장갑, 마스크 등 보호 장비를 완벽하게 갖췄다는 사실이다. 텍사스주 보건국의 대니얼 바가 박사는 “이 간호사는 CDC의 예방조치를 완전히 이행했다. (그런데도 감염돼) 우리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방 보건 당국은 어느 순간 이 간호사가 안전규정을 위반했을 것이라며 다른 시각을 보였다. 톰 프리든 CDC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내 첫 에볼라 환자(던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지만 어느 시점에 안전규정 위반이 있었고, 그것이 전염을 유발했다”면서 “현재 안전규정이 작동하고 있으나 그 규정 가운데 하나만 제대로 안 지켜도 전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리든 소장은 특히 “이 간호사가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됐다면 (던컨 치료에 관여한) 다른 사람들도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병원 의료진을 대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추가 노출자 발생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에볼라 전염자가 나올 수도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CBS방송에 출연해서도 “새로운 사태 전개가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에볼라 감염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의 방역 수준을 높이고 직원들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염성에 대해 일반인들은 물론 의료진의 공포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의 한 응급실 간호사는 뉴욕타임스에 “병원 측이 CDC의 에볼라 대응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지만 실제 훈련이나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보스턴글로브는 에볼라가 창궐하는 서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고 나서 에볼라 감염 증상을 보이는 한 환자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근처의 브레인트리에 있는 하버드뱅가드메디컬센터에 격리 수용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