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2일 정부에서는 중기 제품 및 농수산 전용 TV홈쇼핑 채널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판매수수료 인하 등 공익적 기능을 하는 공용 채널로 만들 계획이라 하니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그동안 TV홈쇼핑사의 불공정행위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얼마 전에 불거진 모 홈쇼핑사의 비리 사건이 그 정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TV홈쇼핑사들이 거둬들이는 막대한 수익이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농식품 업체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러한 때 정부가 기존 TV홈쇼핑사를 견제할 수 있는 공용 채널을 신설키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농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신설될 채널은 중기 제품과의 혼용이 아닌 국산 농식품 전문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TV홈쇼핑사는 불과 3년 전에 신설된 홈앤쇼핑을 포함해 2개가 있다. 더욱이 현재 TV홈쇼핑에서 방송되는 시간의 64% 정도가 중기 제품이다. 반면 농식품 특히 국산 농식품은 TV홈쇼핑에서 소외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농식품 전문을 표방하는 NS홈쇼핑 외에는 국산 농식품 편성 비율이 3%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NS홈쇼핑도 건강식품,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 등의 편성 비율이 높아 실제 국산 농업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흡하다고 한다. 한마디로 국산 농식품은 TV홈쇼핑사 입장에서는 돈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산 농식품 전문의 TV홈쇼핑 채널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1980년대 우루과이 라운드, 90년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그리고 2004년 한·칠레를 시작으로 아세안 10개국, 유럽연합(EU) 28개국, 미국 등 총 47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발효됐다. 최근 콜롬비아 호주 그리고 캐나다와 FTA 체결 등 우리 농업은 농산물 시장을 해외에 개방해 왔다. 더군다나 정부는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뉴질랜드 등 6개국과 FTA를, 그리고 미국 일본 등 12개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협상 중에 있다. 중국과의 FTA는 연내 타결할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2015년부터 쌀 수입을 관세화하기로 선언한 상태다.
물론 정부에서는 그동안 농산물 시장 개방과 더불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생산 인프라 구축, 농업 구조개선 등 산지유통 활성화를 위하고 개방에 따른 농가 피해 보전과 최소화를 위해 막대한 재정자금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농가 소득과 농업 소득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소득 양극화만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산지유통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어 향후에는 소비지에서의 판매 활성화를 위한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TV홈쇼핑은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판매도 할 수 있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에 팔 수 있도록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국정과제 중 중요한 하나로 여겨 직거래 중심의 유통구조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의 직거래와 달리 TV홈쇼핑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대량 직접 거래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 현재의 TV홈쇼핑사는 평균 수수료 34.4%(2013년,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의 수익중심 운영을 하기 때문에 농식품 유통 채널로서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농업계 공기업이나 농협과 같은 생산자단체 등이 주체가 되는 농식품 전문 TV홈쇼핑사가 설립돼야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소식을 기대해 본다.
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기고-노재선] 농식품전문 TV홈쇼핑 신설을
입력 2014-10-14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