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동교로 한 카페에 들어서니 정겨운 악기와 소품들이 반긴다. 거문고, 퉁소, 장구, 그리고 물허벅과 물바가지. 흰색 옷을 맞춰 입은 6인조 국악월드뮤직밴드 ‘고래야’의 연습이 한창이다.
2010년 결성된 ‘고래야’는 지난 7월 2집 앨범 ‘불러온 노래’를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6명 중 4명이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했다. 다른 2명은 무용·연극음악을 작곡하고 기타와 브라질 민속악기를 다룬다.
이들이 한자리 처음 모인 건 2010년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라는 국악창작경연대회 때. 판소리를 전공한 권아신(29)이 주축이 됐다. “국악에 새로운 색깔을 입혀보면 재미있지 않을까했죠. 학교 선후배를 모으고, 무용·연극음악을 한 다른 분야의 친구들을 섭외했죠.” 결과는 장려상이었다. “저희 목표는 대상이었는데 끝나고 아쉬움이 남았어요. 아직 할 수 있는 음악이 있지 않을까 해서 그해 겨울 아예 그룹을 결성했지요.”
보컬 권아신은 판소리, 김동근(34)은 대금, 정하리(29)는 거문고, 김초롱(25)은 전통 타악(장구)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로큰롤에 빠져있던 옴브레(33)는 고래야에서 기타·작곡을, 랩과 박자 감각이 탁월한 경이(31)는 판데리루·수루두·비림바우 등 브라질 타악기를 연주한다. ‘고래야’는 고래처럼 자유롭게 전 세계를 누비는 음악을 하자는 뜻이다.
이들은 ‘2013 에딘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 참가해 최고 평점인 별 다섯 개를 받았다. 에딘버러에는 축제기간 수만 개의 공연이 열린다. 고래야는 인지도가 없었다. 첫 주에는 고작 관객 1명이 온 적도 있었다. 이들은 한국적인 의상을 입고 꽹과리를 치며 퍼레이드를 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3주차에는 객석이 가득 찼다.
고래야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2년 오디션 프로그램 ‘탑밴드’에 출연하면서부터. 옴브레는 “괜히 TV에 나갔다가 원치 않는 음악을 하게 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고래야를 하면서 삶 자체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에 나가보니 우리가 국악을 기본으로 했기에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거라는 걸 알게 됐다. 이 분야에선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다”(옴브레), “판소리를 전공하면서 밴드의 보컬이 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권아신), “2집에는 놀랍게도 민요에 힙합을 접목한 곡도 만들었다.”(경이).
이들은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정동극장 야외무대에서 관객을 만난다. 정동극장이 14∼31일까지 마련한 야외공연 시리즈 ‘정동극장 돌담길 프로젝트’의 하나다.
올해 처음 시작된 돌담길 프로젝트는 평일 점심과 저녁시간, 토요일 오후 정동 일대를 찾는 이들을 위해 무료로 개최된다. ‘고래야’ 외에도 ‘잠비나이’와 ‘김창완 밴드’의 첫 콜라보레이션 등 눈길을 끄는 공연이 많다(02-751-1500).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민요에 힙합을 버무리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요?
입력 2014-10-14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