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국책연구를 따낸 뒤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불량 연구교수가 지난 4년여간 124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미래부는 이들에게 정부예산 1933억원을 지급했으나 ‘연구과제불량’ 판단을 내리고도 연구비 29억여원(1.5%)만 회수했다. 교육부와 미래부는 이들을 불량 연구자로 지정하고도 대부분 1∼3년간 국책과제 참여 제한이라는 솜방망이 제재를 내렸을 뿐이다.
국민일보는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고 있는 ‘국가 연구개발 참여 제한자 현황’을 입수해 12일 불량연구자 실태를 분석했다. 참여 제한자 현황은 교육부와 미래부가 불량 연구를 이유로 2010년 이후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서 배제한 전력이 있는 대학교수 등 연구자 1243명 명단을 포함하고 있다. 자료는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의 협조를 받아 입수했다.
이들 ‘불량 연구자들’에게 투입된 예산은 1933억2123만원이었다. 문제가 드러난 뒤 회수된 연구비는 29억4685만원에 그쳤다. 이는 연구재단이 관리하는 국책과제만 따진 금액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는 다른 부처까지 합할 경우 불량 연구자 리스트와 부실연구 지원금액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국책과제 참여제한 조치가 만료되지 않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교수는 서울대가 49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세대(33명) 고려대(26명) 등이 뒤를 이었고 주요 10개 대학에 220명이 몰려있었다(표 참조).
연구재단은 불량연구 유형을 △연구결과불량 △연구개발비 용도 외 사용 △연구개발 과제 수행포기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수행 △그 외 법령 및 협약 위반 등 6가지로 분류했다. 연구결과불량을 이유로 제재를 받은 연구자가 930명(투입 예산 100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연구개발비 일부를 다른 용도로 썼다가 적발된 경우가 53명(275억원)이었다. 과제를 중도에 포기한 연구자들은 6명(20억원)이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적발된 연구자도 1명(7억6000만원) 있었다. 그 외 법령이나 협약 위반으로 적발된 연구자는 272명(621억원)이었다. 연구결과불량으로 분류된 연구자는 나쁜 성과를 낸 경우도 있지만 기한 내 연구 결과물을 내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연구결과불량으로 분류된 교수들은 1∼3년 동안 연구개발 과제에 참여하지 못한 게 불이익의 전부다.
이렇게 연구결과불량 판정을 받았으나 제재기간 만료 전에 참여제한이 해제된 교수 등은 26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연구비를 받고도 연구결과를 내지 않았으나 참여제한 제재가 만료된 ‘먹튀’ 교수는 111명으로, 이들이 받아간 연구비는 106억원이었다. 나머지 158명은 제재 기간 중에 연구물을 내고 제재가 해제됐다.
연구결과불량 판정으로 현재 제재 중인 인원은 464명이고 금액은 330억4700만원이다. 1년 내에 제재가 자동 종료되는 인원은 78명(31억8310만원)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구개발에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돈을 회수한다면 연구자들의 의욕을 꺾게 된다”고 해명했다. 박홍근 의원은 “연구 불량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 불량 연구자 소속 대학이나 기관에 관리책임을 물어야 하고 특히 국공립대는 개별 교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김유나 기자 yido@kmib.co.kr
[단독] 줄줄 샌 국책연구비… 4년여간 1900억원
입력 2014-10-13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