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의 아이콘인 MBC ‘무한도전’이 2006년 5월 6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오는 18일 400회를 앞두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6시25분, 꼬박 9년을 이어 오며 대한민국을 웃기고 울렸다.
부침도 있었다. 출연 멤버가 물의를 일으켜 하차했고 내용 중 정치적 코드를 숨겨놨다며 환호와 비난을 동시에 듣기도 했다. 2008년 2월 9일 방송분이 전국 기준 28.9%(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치솟았던 인기는 지난 6월 28일 시청률 9.1%를 기록, 바닥을 쳤다. ‘무한도전 위기론’이 불거졌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예능계의 리더역할을 했다. 댄스 스포츠, 에어로빅, 봅슬레이, 프로레슬링, 카레이서 등 다양한 상황에 ‘무모하게’ 도전하면서 예능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쫄쫄이 의상을 입고 논바닥을 구르면서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꽃봉오리처럼 손을 모으고 외치는 ‘무한도전’이라는 구호엔 저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암로 MBC에서 무한도전 멤버 6인(유재석·박명수·정준하·정형돈·하하·노홍철)과 김태호 PD가 400회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멤버들은 지난 9년간의 소회를 털어놨다. 박명수는 “매회 열심히 해왔더니 어느덧 400회가 됐다”며 “지난회의 아쉬움과 나쁜 기억은 다음 촬영 때 잊어버릴 정도로 바쁘게 한 회 한 회 만들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특집으로 유재석은 2007년 ‘무한도전’ 최초의 스포츠 특집이자 장기 프로젝트였던 ‘쉘 위 댄스 댄스스포츠’편을, 정형돈은 최초 해외촬영이었던 ‘뉴질랜드 아이스 원정대’편을 꼽았다. 하하와 노홍철은 전날부터 촬영하고 있는 400회 특집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18일 방송될 400회 특집에선 멤버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전국 곳곳을 24시간 동안 여행하는 장면이 전파를 탄다. 이날 멤버들은 “9년간 우정을 쌓아왔지만 이번 특집을 촬영하며 서로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며 놀라워했다. 김태호 PD는 “이어질 장기 프로젝트와 특집 방송도 게스트에 의존하기보다 멤버들끼리 함께하는 내용으로 기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재석 “500회? 한주 앞도 못 내다보는 게 예능”
-언제까지 무한도전 멤버로 살 수 있을 것 같나.
“‘무한도전’을 처음 시작할 때 박명수가 서른여섯 살이었다. 지금 ‘몸이 힘들다’ ‘체력이 달리다’ 말하곤 하는데 사실 처음부터 그랬다(웃음). 걱정 안하셔도 된다. 언제까지 ‘무한도전’ 멤버로 살 수 있을까 얘기하곤 하지만 우리 의지로 ‘언제까지 하겠다’ 말할 상황을 넘어선 것 같다. 허락되는 날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다가 (시청자들이)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하실 때 인사하겠다. 500회까지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한 주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거 아닌가 싶다.”
노홍철 “같이 있으면 즐겁다는 게 우리의 저력”
-무한도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무한도전’은 내 인생을 바꾼 프로그램이고 내게는 정말 큰 축복이다. 나는 큰 프로그램에 속한 사람이지, 개인적으로는 흔한 연기자일 뿐이다. 여전히 멤버들과 같이 있으면 즐겁다. 녹화 후 정말 즐겁게 퇴근하는 날이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못 헤어지고 차라도 한 잔하면서 얘기할 때가 있다. 아마도 제작진의 의도가 잘 전달됐던 때였던 것 같다. 6명이 오래도록 같이 했다는 건 우리의 자랑거리다. ‘무한도전답다’는 것은 촬영을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모두 재밌는 것이다.”
김태호 PD “제일 큰 고민은 마지막회 아이템”
-언제가 맞이할 마지막 회는 어떤 아이템으로 꾸며질까.
“마지막 회에 대한 고민이 가장 힘들다. 마지막이 오기 전 한 회라도 먼저 하차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박수치는 분들이 있을 때 막을 내리게 된다면 축제처럼, ‘무한도전답게’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무한도전’은 지금 성장기를 지나 유지·보수기에 있다. 유지하는 게 이만큼 어려운 줄 몰랐다. 새롭게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뒤지지 않으려는 멤버들과 제작진의 자존심이 우리를 더 가혹하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 같다. 쉽게 내려가지는 않을 거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400회 맞은 장수 예능 MBC ‘무한도전’… 멤버 6인이 말하는 힘 “무한도전다움이란 만들며 즐기는 것”
입력 2014-10-13 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