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간 질환 치료제 마구 쓰는 비만클리닉… 권장량 초과 투여 땐 위장·대장 장애 가능성

입력 2014-10-13 02:13
간경변 환자 치료제인 ‘포스타티딜 콜린(PPC) 주사’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비만전문클리닉인 것으로 조사됐다.

간 질환 치료제로 허가받은 의약품이 지방분해 효과 때문에 비만 치료용으로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는데도 보건 당국은 안전성·유효성 검증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약품이란 이유에서다.

12일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1∼2013년) 4900여개 병·의원이 구입한 PPC 주사(제품명 리포빈주·리피씨주)는 127만여개이고 이 가운데 12%인 14만9940개를 10개 병·의원에서 사들였다. 대부분 비만클리닉인 것으로 확인됐다.

리포빈주와 리피씨주는 1회 권장량을 초과해 투여할 경우 위장장애·대장장애가 생길 수 있고, 주사액이 너무 빠르게 투여되면 혈압이 빠르게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PPC 주사를 가장 많이 산 상위 10개 의료기관이 3년간 구입한 ‘리포빈주’는 9만9920개였다. 10개 의료기관 한 곳당 3년 동안 평균 9929개씩, 한 해 평균 3300여개를 사용했다. 리포빈주를 구입한 3000여개 의료기관 한 곳당 연평균 96개를 쓴 것에 비하면 34배나 많이 쓴 것이다. 10개 의료기관 중 7곳은 비만클리닉이었다.

‘리피씨주’를 가장 많이 산 10개 의료기관 중 9곳은 비만클리닉이었다. 상위 10개 의료기관 한 곳당 연평균 1671개씩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리포빈주를 가장 많이 산 병원은 서울 강남구의 한 비만클리닉이었고, 리피씨주를 가장 많이 산 곳은 서울 양천구의 비만클리닉이었다. 지방흡입술·비만클리닉으로 국내외 30여개 지점을 운영하는 A의원은 3년간 10만390개의 PPC 주사를 구입했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이 의원은 비만치료 외에는 진료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보건 당국은 PPC 주사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비급여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허가된 용량을 초과해 사용하는지 확인이 안 되고, 의약품 허가 범위를 벗어나 처방·투여해도 통제가 안 된다.

최 의원은 “의약품은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효능·효과에 맞게 용법과 용량을 지켜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용 시술에 사용되는 약물의 종류와 의료기관 현황을 파악해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