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아파트촌 ‘쥐와의 전쟁’… 단지 곳곳·현관에 출몰

입력 2014-10-13 02:16
한강변의 고급 아파트촌이 때 아닌 ‘쥐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는 지난달 17일부터 단지 내 전 지역에 대대적으로 쥐약을 뿌렸다. 아파트 현관까지 쥐가 출몰하고 있어서다. 이 아파트는 111㎡(33평) 가구가 9억∼10억원에 거래된다.

아파트 주민 이모(32·여)씨는 12일 “현관을 나서면 정원과 쓰레기장은 물론 놀이터 주변마저 쥐가 들끓는다”면서 “혹여 아이가 물릴까 봐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난여름에는 단지 내 분수에서 쥐가 헤엄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며 “주변의 다른 아파트들도 쥐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에는 낮에 현관을 나서던 주부가 쥐에 물려 응급실에서 치료받는 일이 있었다. 쥐에 물리거나 배설물 등에 접촉하면 식중독 등 질병에 감염될 가능성도 있다.

갑자기 나타난 쥐에 골머리를 앓던 이 아파트 단지는 ‘쥐잡기 운동’을 벌였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단체들은 “쥐약을 먹은 쥐를 길고양이들이 먹고 죽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와 애묘가들은 구청과 아파트관리소에 집단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관리소 측은 제한된 장소에만 쥐약을 뿌리는 방식으로 계획을 축소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강 둔치에서 방치된 쓰레기를 먹고 불어난 쥐떼가 인근 한강변 아파트로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해충방제업체 관계자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한강 둔치는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제대로 안 되고 천적도 없어서 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라며 “가을이 되면서 먹이와 서식처를 찾아 쥐들이 주변 아파트 등으로 밀려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