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두 아파트 주민들이 도로 하나를 두고 전면전에 나섰다. 원인은 제2롯데월드 공사를 진행 중인 롯데그룹이 인근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해 올림픽대로 아래에 짓기로 한 지하도로다. 이 지하도로의 출구 위치를 두고 교통 체증을 우려한 이웃 아파트 주민들끼리 싸움이 붙은 것이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파크리오아파트 단지에는 주민들이 만든 플래카드와 대자보가 나붙었다. ‘안전통학 위협하는 서울시는 각성하라’ ‘우리 아이 스쿨존에 대형교차로 웬 말이냐’ 등 서울시를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로 인한 교통량 증가 대책으로 장미아파트와 파크리오아파트 뒤편 올림픽대로 아래에 지하도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원래 롯데 측은 잠실대교 아래 0.52㎞ 구간만 지하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교통 정체와 소음 등을 우려한 장미아파트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롯데 측은 잠실주공 5단지∼장미아파트 뒷길 1.12㎞ 구간 전체를 지하화해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파크리오아파트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하도로가 연장되면 파크리오아파트 인근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 사거리에 대형 교차로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파크리오 주민들은 자신들이 ‘교통량 폭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주장한다. 주민 지모(60)씨는 “새 교차로에 차량이 2만∼3만대씩 집중될 텐데 그렇게 되면 주말에는 차를 몰고 단지 밖을 나가는 데만 30분∼1시간 가까이 걸릴 것”이라며 “교차로 인근에는 잠실어린이집, 잠현초등학교, 잠실고등학교 등 교육시설도 있어 교통안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당초 안대로 0.52㎞ 구간만 지하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지하차도 출구는 장미아파트 1·2차 단지 사이 왕복 4차로 도로 인근에 지어진다. 이 도로를 우회로로 활용하면 교통량 분산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씨는 “장미아파트 사이 4차로 도로는 원래 서울시 소유임에도 지금까지 장미아파트 주민들이 ‘전용 주차장’처럼 사용해 왔다”며 “서울시가 장미아파트 주민들과 결탁해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파크리오아파트 주민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다.
장미아파트 주민들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장미아파트 주민은 “파크리오아파트 주민들 주장을 그대로 들어준다면 장미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교통지옥’이 생기는 셈”이라며 “현재 안대로 진행돼도 우회로가 많아 교통량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일단 파크리오아파트 주민들의 주장에 일부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미아파트 사이 도로는 2005년 12월 잠실아파트지구개발기본계획 변경으로 현재 공용도로 기능이 없어졌고, 아파트 진입로 및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지하도로 건설 이후) 교통량 또한 파크리오보다 아산병원 방면으로 빠지는 쪽이 더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주민들과 최대한 협의해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두 아파트 주민들은 이번 논란이 지역이기주의로 비치는 데 곤혹스러운 모습이었다. 한 주민은 “제2롯데월드가 생기기 전까지 이곳 주거환경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롯데 측이 만들어낸 불필요한 논란이 주민들 갈등을 빚어낸 셈”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르포] 제2롯데월드 교통난 걱정에…갈라진 잠실 두 이웃 아파트
입력 2014-10-1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