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5일 내놓을 수정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연초 제시된 수준보다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새해 들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는 경기 상황을 봐가며 전망치를 끌어내리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시장은 경제 전망치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 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2.25%인 기준 금리가 2.00%로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10일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거의 (한국은행과 정부의 시각이) 차이 없다”고 한 발언이 이날 시장에 알려지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노리고 한은에 지속적이고 직간접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금통위 직후 한은은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한다. 시장에선 당초 전망치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국내 경기와 세계 경기가 모두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지난 7일 국감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3%대 후반으로 봤는데 낮춰도 지금은 3%대 중반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3.8%보다 낮은 수치다. 지난 4월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0%에 이르렀다. 두 차례 연속 당초 전망치보다 깎아내린 것이다. 그러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7월 발표한 4.0%를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처럼 전망치가 낮아지는 이유는 실적치와 전망치 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당초 발표한 전망치를 고수했다가 실적치와 현격한 차이가 발생할 경우 기관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한은은 경제전망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한 2012년에도 높은 전망치를 내놨다가 점차적으로 내린 경험이 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조사연구기관’을 추구하는 한은이 왜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일까. 경제 전망 분석에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사용된다. 이때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채택하느냐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전망치가 달라진다. ‘경제는 심리’라는 구호 아래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기 위해 희망적 시나리오에 근거해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을 수 있다. 이 경우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중립적 지표로서의 존립 근거를 잃게 된다.
정밀하고 중립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했지만 전망치를 내놓은 뒤 예기치 못한 변수가 등장해 경제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외부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정확한 전망이 더욱 어렵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빗나간 경제 전망은 용서받기 어렵다. 한은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업과 금융권 및 가계가 내년 경제 방향을 예측하고 한 해 살림을 계획하는 데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기획] 한은 이번에도?… 10월 15일 2014년 성장률 전망 3%대 중반으로 또 낮출듯
입력 2014-10-13 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