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초반부터 정쟁과 파행이 반복되며 부실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사상 최대인 672곳의 피감기관을 선정하면서도 벼락치기 일정을 세운 탓에 이슈도, 대안도, 변화도 없는 ‘3무(無) 국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인채택 문제로 벌어지는 지루한 말싸움과 상대 당 의원 비방, 피감기관에 대한 ‘벼락 호통’ 등의 악습은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당초 올해 국감은 세월호 참사와 증세 논란, 민생법안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여야 간 화끈한 쟁점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12일로 전체 국감 일정의 3분의 1을 마친 상황이지만 ‘이슈 파이팅’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야가 최대 격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던 안전행정부 국감에서는 세월호 사고 당일 장관이 해양경찰 등을 격려한다며 안전예산을 임의 사용한 문제점 정도만 새로 부각됐을 뿐이었다. 담뱃값·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등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원론적 주장만 내놓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대기업 총수 증인채택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시간만 이틀을 까먹었다. 8일 정무위원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은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에게 “하기 싫으면 나가라”로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이 정해방 금융통화위원에게 “한글도 모르느냐”고 고함을 질렀고, 국방위원회에서는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 등이 야당 의원을 지목해 막말성 비방메모를 돌리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고도 여야는 서로 ‘네 탓’을 하며 상대방을 향해 날림·맹탕 국감의 원인 제공자라 공격하고 있다.
준비기간이 부족해 정부 실책을 꼬집는 날카로운 질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의원실별 국감자료도 매년 수치만 갱신되는 반복 자료에다 변죽 울리기가 다수였다. 한 의원 보좌관은 “준비기간이 짧다 보니 피감기관 감사 도중에 질문지가 완성되는 일도 빈번하다”며 “하룻밤을 꼬박 새 다음날을 준비하는 하루벌이 국감”이라고 토로했다.
여야는 국감 중반전에 접어들어서야 세월호 참사 문제와 ‘최노믹스’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도의 정부 경제활성화 정책을 놓고 격돌할 전망이다. 해양수산부와 해경 감사가 기다리고 있고, 세월호 이준석 선장도 증인으로 출석한다. 또 최 부총리가 나오는 기재부 국감도 예정돼 있다. 새정치연합 역시 원내대표 선임을 마치고 지도부 공백을 없앤 만큼 본격적인 정책 대결이 시작되리라는 기대감도 아직 남아 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해외로 나가 자칫 이슈가 분산될 공산도 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2014년에도 역시… 이슈도 대안도 변화도 없는 ‘3無국감’
입력 2014-10-13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