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탈북자 단체 중심 年 1000만장 살포

입력 2014-10-13 03:15 수정 2014-10-13 15:04
유엔 군사정전위원회 관계자들이 11일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군부대 주변에서 지난 10일 북한군으로부터 발사된 고사총 탄두가 떨어진 곳을 살펴보고 있다. 군사정전위는 북한군이 대북전단 풍선을 쏘기 위해 남측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한 것이 정전협정 위반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육군 제공

북한의 총격 도발까지 야기한 대북전단(삐라)은 민간단체들이 주도하고 있어 정부가 ‘협조 요청’ 이외에 달리 막을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설사 정부가 살포를 막는다는 방침을 정해도 비공개적으로 살포할 경우 손쓸 수도 없다. 이 때문에 관련 단체들이 남북관계를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살포를 보류하거나, 보다 책임 있는 정부 측 인사가 대면(對面) 설득작업을 통해 이들 단체에 살포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탈북 단체들에 따르면 대북전단 살포가 본격화된 것은 2008년부터다. 이전의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 때는 남북 화해 분위기가 팽배해 있을 때여서 전단 살포 활동이 미미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뒤 남북관계가 얼어붙자 전단 살포 움직임이 되살아났다. 당시 탈북자모임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북한에 피랍된 가족들의 모임인 납북자모임 등 모두 30개의 반북단체들이 전단 살포에 참여했다. 2010년 3월에 터진 천안함 폭침사건은 전단 살포 활동을 더욱 정당화시켰고, 일회성 살포 행사가 아닌 정례적인 살포 행사로 자리잡게 됐다.

전단 살포 규모가 커지고, 또 북측으로 날아가는 양을 최대한 많게 해야 하는 등 살포 요령도 전문화되면서 지금은 자유북한운동연합과 기독교 단체인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등 몇 곳으로 집중돼 있다. 전단이 살포되는 곳은 경기도 파주와 연천, 김포, 강원도 철원 등 접경지대다. 하지만 이들 지역이 예상외로 넓고 차량 등에 전단을 숨길 수 있고, 준비 시간도 1시간 이내여서 정부가 일일이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전단 내용은 초기에는 남한 체제의 우월성이나 탈북을 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북한 지도부를 실명으로 비난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지도부와 관련돼 떠도는 소문이나 문란한 생활 등을 꼬집거나 그런 행위를 풍자하는 만평 등이 전단에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전단에는 미화 1달러를 붙여놓아 북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줍게끔 유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자체를 막기 어렵다면 북한 지도부 비방을 자제하는 등 내용을 순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단체들은 한번에 100만∼200만장부터 적게는 수십만장 단위로 살포하고 있다. 연간 규모로는 1000만장을 웃도는 양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실제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양이 얼마나 될지는 추정키 어렵다. 도중에 풍선이 터지거나 풍향 변화로 남한에 떨어지는 양도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000만장의 10%만 북한에 날아가도 북한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