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무력진압 경고… “中, 시위대 요구 수용 가능성은 0%”

입력 2014-10-13 02:47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이 3주째로 접어든 홍콩 시민의 도심 점거 시위에 대해 무력진압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시위대의 요구를 중국 당국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렁 장관은 12일 홍콩 TVB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심 점거 운동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지만 아직 혁명으로 볼 수 없다”며 “최종적으로 정리가 필요하다고 결론나면 최소한의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렁 장관의 언급은 지난달 28일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와 최루탄을 사용했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는 또 “베이징 당국이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0%”라면서 “무력으로 시위 현장을 정리하거나 학생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와 관련, 캐리 람 정무사장(총리 격)도 전날 중국 광저우에서 “시위대와의 대화는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결정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하며 2017년 보통선거 시행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해 홍콩 당국의 입장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렁 장관은 또 자신의 호주기업 자금 수수 미신고 의혹과 관련해 “내가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보통선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호주 일간 ‘디 에이지(The Age)’는 8일 렁 장관이 2012∼2013년 두 차례 모두 400만 파운드(약 69억원)를 호주 기업으로부터 받고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야당을 중심으로 입법의회 의원들은 렁 장관에 대한 탄핵 움직임을 보였다.

정부와 대화 취소 이후 수천명 규모로 불어난 시위대는 이날도 정부 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 도로에서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했다.

시위대는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번 시위는 ‘색깔혁명’(정권교체 혁명)이 아니라 진정한 보통선거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몽콕 지역에서는 이날 새벽 사복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3명이 체포됐다고 SCMP가 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