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문턱 신생아 살린 ‘투캅스’… 신촌지구대 권태연 경사·최아나 순경 ‘혈액 이송 작전’

“1시간 안에 엄마 피를 가져오지 않으면 아들이 죽을 수도 있어요. 도와주세요!”

11일 오후 1시3분쯤 한 남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112에 신고전화를 했다. 태어난 지 5일 만에 생사의 기로에 놓인 아들과 함께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은 나모(35)씨였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나씨는 지난 6일 아들을 품에 안았지만 폐렴 진단을 받은 터였다.

나씨는 이날 아들의 정밀검진 및 치료를 위해 강서구의 한 산부인과에 입원한 부인을 두고 아들과 함께 병원에 왔다. 그런데 세브란스 의료진은 ‘이미 폐렴이 90% 이상 진행됐고 아기의 피가 50% 이상 죽어있다’며 ‘당장 1시간 안에 모친의 혈소판을 수혈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휴를 맞아 나들이객으로 붐비는 서울 시내 곳곳이 차량 정체로 막히는 상황이었다. 1시간 안에 강서구 병원에 입원 중인 부인의 피를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가져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112 신고를 받은 신촌지구대 권태연(41) 경사와 최아나(29·여) 순경이 서둘러 연세대 정문 앞에 서 있던 나씨를 태웠다.

권 경사가 1시9분 운전대를 잡고 질주를 시작했고, 최 순경은 강서경찰서에 아이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서 수혈 팩을 받아 전달해달라는 공조 요청을 했다. 사이렌과 경광등을 켠 순찰차가 안내 방송을 하며 꽉 막힌 도로를 달리자 시민들의 협조가 이어졌다. 이동하는 동안 무전으로 상황을 공유한 권 경사 등은 20여분 만에 강서구 88체육관 앞에 도착해 강서서 소속 순찰차로부터 수혈 팩을 건네받았다. 순찰차는 다시 쏜살같이 달려 오후 1시43분 무사히 세브란스병원에 도착했다. 생후 5일된 나씨 아들은 즉시 수혈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고비를 넘겼다.

권 경사는 “꽉 막히는 좁은 도로에서도 시민들이 차로를 비켜주는 등 양보해 준 덕분에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시민이 경찰을 믿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