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파키스탄의 소녀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사진)가 수상 발표 직후 과거 자신을 총으로 쐈던 탈레반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
파키스탄탈레반(TTP)의 강경 분파인 ‘TTP 자마툴 아흐랄’은 말랄라의 수상 당일인 10일(현지시간) 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녀에 대한 살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단체 대변인은 “말랄라 같은 사람은 우리가 (서방의) 선전전략 때문에 단념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슬람의 적들을 위해 날카롭고 빛나는 칼들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또 “말랄라는 총과 무력충돌에 반대하는 언급을 많이 했는데, 노벨상을 만든 사람이 바로 폭발물의 창시자임을 모르는 건가”라고 주장했다. 말랄라는 11세부터 영국 BBC 방송 블로그를 통해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막는 TTP의 만행을 고발한 데 대한 보복으로 2012년 10월 9일 파키스탄 북서부에서 하교 도중 머리에 총을 맞았다. 이후 영국에서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뒤 이슬람 여성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운동을 펼쳐왔다.
현재 영국 버밍엄 에지배스턴 여고에 다니는 말랄라는 수업 도중 선생님으로부터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수업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수상은 그간의 업적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더 잘하라는 뜻일 것”이라며 “노벨상은 끝이 아닌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됐던 말랄라는 당시 나이가 너무 어려 수상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이르 루네스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인도 언론 타임스오브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노벨상을 너무 어리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람에게 주면 그들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놓게 된다”며 “위원회는 지난해 말랄라가 상을 받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상을 받고 갑작스러운 세계적인 명성에서 오는 중압감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란 걱정에서 상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벨위는 지난해 시리아 화학무기 해체작업을 이끄는 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를 수상자로 선정했었다. 하지만 말랄라는 지난 1년간 성인에 버금가는 성숙한 모습으로 국제적인 활동을 펼쳐왔고, 상을 받아도 중압감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어른이 다 됐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에는 수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그가 유엔의 교육특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탈레반 “날카로운 칼 준비”… 평화상 수상 말랄라 살해 위협
입력 2014-10-13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