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도발엔 단호히 대처하되 대화 기조 유지해야

입력 2014-10-13 02:06
북한군의 대북전단 총격사건은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북한 실세 3인방의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으로 조성된 대화 분위기는 채 일주일도 안 돼 총격전으로 급변했다.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멸을 의미하는 이전의 대결구도로 남북관계가 다시 회귀하지 않도록 정부는 물론 민간단체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북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대북전단을 살포한 남측 탓으로 돌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정세 파국을 몰아오는 도발의 장본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북남관계가 파국에 빠지게 된 것은 물론 예정된 제2차 북남고위급 접촉도 물거품으로 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우리 측을 비난했다. 북한의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도 “삐라 살포 망동으로 하여 북남 사이에는 총탄이 오가는 엄중한 사태까지 발생했다”며 “모처럼 마련된 대화 국면은 여지없이 깨지고 북남관계는 다시금 파국의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우리 민간단체들이 대형 풍선에 매달아 날려 보낸 대북전단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그들이 ‘최고 존엄’으로 여기는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민감한 내용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대북전단을 살포할 경우 그 원점을 초토화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고, 이번에 실천에 옮겼다. 정부는 당국 간 합의에 따라 대북비난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탈북자 단체를 중심으로 한 일부 민간단체들은 정부의 자제 요청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대북전단을 띄워 보냈다가 북의 도발을 불렀다.

현행법상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한다. 민간단체들은 이번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북전단 살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북전단 살포가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야 할 지금은 시의적절한 때가 아니다. 우선 정부가 우려를 표시하고 있고, 정치권 또한 여야 한목소리로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남북관계는 물론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지금 북한 정세는 매우 불안정하다.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40일 가까이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는 비정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북한을 자극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사소한 일에도 북한으로 하여금 필요 이상의 대응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이번 총격전이다.

파국은 막아야 한다. 도발엔 단호히 대처하되 대화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 북한은 총격전에도 불구하고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또한 노동신문을 통해 전단 살포를 ‘반공화국 도발’이라고 맹비난하면서도 “앞으로 북남관계 전도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2차 남북고위급 접촉이 열리도록 대화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그래야 얽히고설킨 남북관계를 푸는 돌파구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