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임직원 ‘대출특혜’ 금융사 손 보나

입력 2014-10-13 04:25

금융소비자 대출금리 인하에는 인색한 금융회사들이 자사 임직원들에게는 ‘제로금리’ 수준으로 돈을 빌려줘 왔다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지적에 금융 당국이 실태 점검 및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나름의 복지 정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상이한 금리 적용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 임직원의 신규 대출부터는 지금까지 주어지던 우대금리 혜택을 제한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12일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대출금리 혜택이 소비자의 형평성·권익 문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아졌다”며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제도 개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재원을 투입하면서도 일반 계약자와 대출금리가 달랐다는 점에서 이자 부분만큼 특혜를 줬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복지를 하더라도 대출금리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꾀하도록 제도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우선 은행과 보험사들의 자사 임직원 대출 현황을 파악하고 위법 여부를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은행업 및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직원에게 인정된 소액대출 한도는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을 합쳐 최대 6000만원 규모다. 이 한도를 과도하게 초과한 부분이 있는지, 한도를 초과하면서도 보고 의무를 어긴 경우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다만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기존의 특혜가 일거에 청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만간 제도 개선은 이뤄지겠지만, 금융회사마다 노사 합의사항으로 대출금리 감면이 결정돼 있는 경우가 많아 일시적인 시정은 어렵다”며 “신규대출 같은 경우부터 가급적 (일반 금융소비자와) 금리 차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도를 초과하지만 않으면 금융회사 임직원의 낮은 대출금리가 법규 위반사항은 아니라는 점도 당국의 고민거리다. 금감원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바젤위원회(주요 선진국 은행감독 당국 대표 회의체)에서도 임직원의 대출금리 혜택은 허용된 부분”이라며 “과도한 부분은 점검을 하겠지만, 직원 복지 차원에서 이뤄져 오던 일을 완전히 금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앞서 지난 9일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지난해 말 기준 은행·보험회사 임직원 소액대출 현황 자료를 공개하고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특혜 대출을 고발했다. 교보생명 등 4곳은 임직원들에게 무이자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삼성생명 등 11곳은 연 1%대 금리로 대출을 해 줬다.

이를 두고 “보험료 높이기와 예금 금리 낮추기에 애쓰는 금융회사들이 고객 돈을 끌어다 자사 복지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유독 금융회사에만 시선이 곱지 않다는 항변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의 임직원들은 자동차를 싸게 구입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