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진애] 골목재생위원회의 성공 일꾼들

입력 2014-10-13 02:20

맑고 밝은 가을날, 역사도시 공주에 강연을 갔다가 우연히 ‘공주 골목재생위원회’라는 모임을 만났다. 칼국수 먹고, 골목을 걷고, 오래된 집을 개축한 찻집에서 차 마시고, 개관을 앞둔 문학관도 들러 보고, 주민들이 직접 주최한 골목 행사도 보고 모처럼 현장의 생생한 만남이었다.

“줄여서 ‘골재위’네요” 하니 와르르 웃으신다. 골목을 재생한다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도시 재생, 동네 재생도 좋지만 골목 재생이라니 기분이 더 좋다. 길이 살아나면 가게가 살고 집이 살고 드디어 동네가 살고 도시가 살아난다.

많은 지방 도시들처럼 공주도 옛 도심의 기능이 신도심으로 이전하면서 도심은 비어간다. 유동인구가 주니 가게와 살림집이 비어간다. 고층 개발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는 공주성이 있으니 마음대로 건물 높이를 풀어줄 수도 없다.

주민들이 골목 재생으로 힘을 합쳤다.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 특징은 ‘돌주민’이 많다는 사실이다. 도시가 확장되기 이전에 옛 도심에 살아봤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들이니 추억도 많고 정도 애틋하다. 둘째 특징은 무언가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거나 추진하는 분들이다. 은퇴 즈음인 분들도 계시고, 창업을 결행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부부 겸업을 고민하는 분들도 계시다.

사람들의 특징만큼이나 이들이 벌이는 사업들은 독특하다.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골목’ 축제, 작은 찻집, 하숙집, 게스트하우스, 색깔 있는 식당, 갖은 종류의 공방들이 그것이다. 하나같이 옛집을 살리는 리모델링을 한다. 공장이 식당이 되고 찻집이 된다. 다 쓰러져가던 민가가 약간의 터치로 개성 있는 집으로 변신한다. 딱딱한 시멘트 집이 갖은 표정을 가진 집으로 변한다.

공공은 숨어서 도와주면 될 터이다. 너무 나서면 외려 쓸데없는 짓만 하기 십상이다. 기실 공주시가 나섰던 ‘제민천 복원’은 디자인이 영 신통찮아서 외려 분위기를 망치니 말이다. 골목 재생이 살아나려면 ‘골재위’처럼 동네 아줌마와 동네 아저씨, 동네 청년과 동네 처녀가 일꾼으로 나서서 자생력을 길러야 뿌리를 내리고 지속 가능해진다. ‘성공 일꾼’들이 ‘스스로 공동체’를 만드는 골목 재생, 동네 재생, 도시 재생을 기대해 봄 직하다.

김진애(도시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