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국민일보 보도로 인터넷을 달군 ‘꼴찌 없는 운동회’의 여운이 짙다.
지난달 말 용인 제일초등학교에서 열린 가을 운동회 달리기 경주에 나선 6학년생들이 꼴찌로 달리던 친구를 기다렸다가 함께 결승선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다. 연골무형성증으로 몸이 불편한 친구 김기국(12)군의 손을 잡고 뛰는 모습과 더불어 친구들의 배려가 고마워 눈물을 훔치고 있는 기국이의 표정이 담긴 사진의 감동은 예상보다 컸다.
용인시는 기국이와 함께 달린 반 친구들에게 ‘모범 시민상’을 수여했다. 용인 에버랜드는 제일초등학교 전교생을 조만간 초청키로 했다고 한다. 학교 정문에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라는 글귀가 석판에 적혀 있다는데, 아이들이 이 문구를 몸소 실천한 것 같아 대견하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얘기하자면 전제용 선장을 빼놓을 수 없다. 1985년 11월 14일, 말라카 해협을 지나던 ‘광명 87호’의 전 선장은 망망대해에서 휘청거리는 ‘보트 피플’을 발견했다. 그는 즉시 구조해도 되는지 회사에 물어봤지만 ‘노(No)’라는 답이 돌아왔다. 전 선장은 회사 지시를 거부하고 96명의 난민들을 전원 구조했다. 하지만 회사 명령을 거부한 그는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해고당했다.
훗날 전 선장 덕분에 새 삶을 찾은 한 베트남인은 수소문 끝에 전 선장과 재회했다. 이를 계기로 당시 생존자들과 전 선장의 만남이 현재 추진 중이다. 이 일에 앞장서고 있는 유태환(66)씨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전 선장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세월호 사고 발생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지난 반년은 ‘나보다 남을 위한 마음’에 대한 가치를 깊이 되새기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세월호 특별법 합의, 검찰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 이어 사고 관련자들 재판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킨다고 한다. 얼마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지 모르겠지만 심판과 처벌, 추궁과 의혹만 앞세워 정작 귀한 교훈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기국이 친구들과 전 선장이 보여준 마음을 찬찬히 되새겨보자.
박재찬 차장 jeep@kmib.co.kr
[한마당-박재찬] 기국이와 전 선장
입력 2014-10-13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