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파키스탄의 10대 여성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와 인도의 아동노동 근절 및 교육권 보장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60)가 공동 수상했다고 노벨위원회가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두 사람은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억압에 반대하고 모든 어린이의 교육권을 위한 투쟁에 나섰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출신인 말랄라는 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노벨위원회는 이슬람교도인 말랄라와 힌두교도인 사티아르티가 교육 및 극단주의 반대를 위한 투쟁에 동참한 것이 수상자 선정에 주요소로 고려됐다고 강조했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된다.
◇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말랄라는 ‘탈레반 피격소녀’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12년 10월 파키스탄 북서부 기베르 파트툰와크주 스와트 밸리 지역의 밍고라 마을에서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다 괴한의 총격에 머리를 맞고 사경을 헤맸다. 그녀가 11세 때부터 운영한 블로그에서 여학생의 등교를 금지하고 여학교를 불태우는 등의 만행을 저지른 파키스탄탈레반(TTP)을 고발한데 따른 보복이었다. TTP는 사건 직후 “여성에게 세속적 교육을 시키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며 “누구든 율법에 어긋난 세속주의를 설파하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말랄라는 영국에서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살해 위협에도 불구하고 말랄라는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창했다. 지난해 7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한 명의 어린이가, 한 사람의 교사가, 한 권의 책이, 한 자루의 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어린이 무상교육을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기립박수를 보내며 그녀의 감동적인 연설에 경의를 표했다. 7월에는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 보코하람에 의해 납치된 나이지리아 여학생 200명의 무사 귀환을 호소하기도 했다.
노벨위원회는 어린 나이에도 수년간 소녀의 교육권을 위해 싸운 말랄라가 어린이와 청소년도 자신들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히 위험한 환경에서도 투쟁을 통해 소녀의 교육권을 선도적으로 대변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도 후보에 올랐던 그녀는 1915년 25세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출신 로런스 브래그를 제치고 역대 가장 어린 나이로 노벨상을 받게 됐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그녀는 파키스탄의 자랑”이라고 축하했다.
◇아동노동 착취 문제 권위자=사티아르티는 아동노동 근절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26세 때인 1980년 노동 관련 잡지사에서 일하며 아동권리운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1983년 ‘바차판 바차오 안돌란’(Bachpan Bachao Andolan·아이들을 구하자)이라는 단체를 설립해 8만명 이상의 어린이를 강제노동에서 벗어나게 하고 교육과 자활 기회를 줬다.
사티아르티는 1998년 103개국 720만명, 1만개 단체가 참여하는 ‘아동노동에 반대하는 세계인 행진(GMACL)’을 조직, 각국 정부에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아동노동 관행을 막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아동노동 없이 만들어진 카펫과 깔개를 인증하는 ‘러그마크’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사티아르티 역시 노벨 평화상 후보로 수차례 거론됐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뉴델리에 거주하는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수천만명의 어린이 목소리가 받아들여져 기쁘다”고 말했다. 인도인 힌두교도와 파키스탄인 이슬람교도가 공동 수상자로 선정돼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사티아르티는 “말랄라와 함께 일하자고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아동을 착취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여러 형태로 평화적 시위를 이끌었고 위대한 용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노벨평화상]“어린이·청소년 억압 반대… 모든 어린이 교육권 위해 투쟁”
입력 2014-10-11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