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 상곶리 일대에서 남북이 총격을 주고받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연천 일대에서는 오후 2시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리 측 민간단체는 북한의 위협에도 2시부터 132만장의 대북전단(삐라)을 23개 풍선에 달아 살포하기 시작했다. 전단 살포가 시작된 지 1시간55분이 지난 3시55분쯤 군사분계선(MDL) 북쪽 북한군 최전방 관측초소(GP) 쪽에서 간헐적으로 10여발의 요란한 총소리가 들렸다.
군은 즉각 긴박하게 움직였다. 오후 4시쯤 민간인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렸고 현지 새마을지도자들이 주민 60여명을 방공호 쪽으로 이동시켰다. 연천군 일대 경계근무를 담당하고 있는 28사단 ○○연대 병사들은 즉각 수색에 나서 4시50분쯤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일대 아군 부대 주둔지 인근과 연천군 삼곶리 중면사무소 근처에서 북한군이 쏜 총탄 수발을 발견했다. 민간인 지역에 북한군 총탄이 떨어진 것은 2010년 11월 연평도에 북한군 포탄이 떨어진 이후 처음이다. 중면사무소는 MDL에서 5㎞ 정도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북한이 발사한 총탄은 14.5㎜ 고사총탄으로 MDL 인근에 배치된 북한군 GP에서 사용되는 것들이다. 14.5㎜ 고사총의 최고 유효고도는 1.4㎞, 최대 사거리는 8㎞다. 북한군이 발사한 총탄에 전단을 실은 풍선이 추락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10여발을 쏜 것으로 추정되나 발견된 총탄은 수발이다”고 말했다.
연천군은 MDL을 중심으로 우리와 북한군의 GP가 곳곳에 배치돼 있는 지역으로 GP 간 거리는 1.5㎞ 정도다. 북한군 GP는 우리군보다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8사단은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 시시각각 상황보고를 하며 대응사격을 준비했다. 오후 5시30분에 확성기로 6차례 “북한군 사격으로 우리 지역에 낙탄이 발생했다”며 “즉각 중지하지 않으면 응사하겠다”고 경고했다.
경고방송 10분 뒤인 5시40분에 군은 K-6 기관총 40여발을 가장 인접한 북한군 GP를 향해 발사했다. 도발 지점을 찾아내지 못해서다. 군은 북한이 도발을 하면 도발원점과 지휘세력, 지원세력까지 응징하겠다고 강조해 왔지만 이날은 대포병 레이더가 가동되지 않아 도발원점이 파악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이 MDL에서 떨어진 야산 뒤쪽에 고사총을 숨겨놓고 발사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도발에 3배 이상 대응한다는 교전규칙에 따라 40여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의 대응사격에 북한은 5시50분쯤 우리 측 GP 상공을 향해 또다시 10여발의 대응발사를 했다. 북한군이 개인화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도 즉시 응사에 나섰다. 이번에도 교전규칙에 따라 수십 발을 발사했다. 군은 2차 대응사격을 한 뒤인 오후 6시10분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에 대비해 연천과 철원 일대 부대에 대북경계태세 최고 단계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민간단체는 오후 6시30분 연천군에서 20㎞ 떨어진 철원군 대마리 일대에서 다시 한번 대북전단을 담은 풍선을 날린 뒤 7시10분쯤 살포를 종료하고 지역을 벗어났다. 이후 북한의 추가 도발은 발생하지 않았다. 진돗개 하나도 9시에 해제됐다. 합참 관계자는 “유사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북측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유동근 기자 hschoi@kmib.co.kr
[남-북, 대북전단 교전] 軍, 3배 이상 대응사격… 北 응사에 재차 수십발
입력 2014-10-11 0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