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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11 02:02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포시즌스 호텔에서 해외 투자자와 금융기관 관계자 200여명을 상대로 한국경제설명회를 열기 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신경전이 미국에서도 이어졌다. 실물경제 정책과 통화 정책을 맡은 수장들은 기준금리에 대한 입장차를 넘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과 가계부채 진단 등 경제 전반에 큰 견해차를 드러냈다. 전 세계 경제수장들이 다 모이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방미했다 특파원단을 만난 자리에서다. 미국의 금리인상, 유럽경제 악화 등의 여파로 민감한 시기에 한국 경제를 알리겠다고 나선 양 수장이 국제무대에서까지 입장차를 보이는 것은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상이몽(同床異夢)? 성장률 전망 0.5% 포인트 차이=최 부총리는 9일(현지시간) 뉴욕 특파원단과의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해 4% 성장했고 세월호 사태로 좀 어렵기는 하지만 올해 ‘3% 아주 후반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4%에 육박하는 성장률이 나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이 총재는 같은 날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오찬간담회를 하며 “1분기 경제성장률이 3.9%였는데 2분기 3.5%로 떨어졌고 4분기 상황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IMF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3.7%)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며 사실상 3% 중반대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두 경제 수장의 경제 전망치가 0.5%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진단은 아예 상반됐다. 최 부총리는 “가계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합리화 이후에 대출 조건이 나빴던 2금융권 대출이 1금융권으로 전환되고 있어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는 개선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득 증가율을 웃돌고 있어 관리를 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 정책에 대한 인식차도 여전했다. 최 부총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 인상에 대비는 해야겠지만 지레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 지금은 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차 거론하며 “통화 정책은 인플레이션 억제에서는 빠른 효과를 나타내지만 경기 부진 때는 효과가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필요한 것은 통화정책이 아닌 구조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실물 경기를 앞으로 끌고 나가야 하는 능동적 목적을 가진 경제부총리와 현재의 경제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 그에 맞는 통화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한은 총재의 입장차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정책을 대외에 설파하기 위해 국제무대에 대표주자로 나선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시그널을 주는 것은 우리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한국의 두 경제 수장이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외국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힐 때는 사전에 조율해 어느 정도 통일된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최경환의 자신감=이런 가운데 최 부총리는 뉴욕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경제설명회(IR)를 열고 한국 경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한국 경제에 줄 영향을 묻는 질문에 “미국의 금리가 조기에 인상돼도 한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재정건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 부총리는 북한 리스크를 걱정하는 투자자들에겐 “한국은 지난 반세기 이상을 분단국가로 지내오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시장의 학습효과 등이 많이 축적돼 있다”면서 “북한 변수에 의해 한국 경제가 크게 좌우될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안심시켰다. 세종=윤성민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