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회의 한 달도 안 남았는데… 中 ‘스모그’ 초비상

입력 2014-10-11 02:06
중국이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앞두고 스모그 비상이 걸렸다. 본격적인 난방철이 시작되기 전부터 베이징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는 사흘째 강력한 스모그가 뒤덮었다. 초대형 국제행사를 앞둔 중국 당국은 베이징 시내 공공기관의 휴가 시행 등 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일대의 스모그는 국경절 황금연휴(1∼7일)가 끝난 직후인 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400㎍/㎥을 오르내리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경보는 “9일 밤 베이징 35개 관측소 가운데 16곳이 PM 2.5 농도가 400㎍/㎥을 초과했다”면서 “스모그 경보가 황색(3급)에서 오렌지색(2급)으로 격상됐다”고 10일 보도했다. 일부 관측소는 496㎍/㎥까지 치솟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PM 2.5 기준치 25㎍/㎥에 비해 20배 가까운 수치다. 지난해 10월 ‘공기오염 긴급조치방안’을 마련한 베이징시가 오렌지색 경보를 발령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두 번째다. 이날은 전날보다는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30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뿐만 아니라 톈진과 허베이성에도 강력한 스모그가 계속되고 있다.

때 이른 스모그가 발생한 것은 연휴기간 직후 차량 운행이 증가한 가운데 대기가 안정되면서 오염 물질을 내보내는 자정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시 환경보건관측센터의 쑨창 연구원은 “가을철을 맞아 주변 농가들이 짚을 태우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스모그는 비와 함께 차가운 공기가 유입될 것으로 보이는 12일쯤 서서히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급해진 당국은 대기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기업 35곳에 대해 생산중단 조치를 취하고 74곳은 오염물질 배출량을 30% 이상 줄이도록 지시했다.

문제는 APEC이다. 세계 각국 정상은 물론 정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베이징의 스모그를 선물로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시 당국은 우선 APEC 기간에 스모그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음달 7∼12일 6일 동안 공공기관의 휴가를 시행키로 했다. 일반 기업은 재량에 맡긴다. 또 3∼12일에는 차량 2부제를 시행해 오염물질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2부제에 따른 교통대란을 막기 위해 버스 400만대를 추가 운행할 방침이다. 건설쓰레기나 화학물질을 실은 트럭의 운행은 전면 금지된다. 시 당국은 이번 조치로 시내 차량 운행이 35%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신화통신은 베이징 외에도 인근 톈진과 허베이·산시·산둥성 등도 대기오염 방지대책을 시행한다고 전했다.

공공기관의 휴가와 차량 2부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시행됐었다. 당시 대기오염 유발 공사장 공사 중지, 주요 공장 오염물질 배출 중단 등이 취해지면서 오염물질 농도가 50%나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오염총량이 늘어난 현재 상황에서 얼마나 개선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