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믿는다. 21세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 삶과 시대에 가치 있고 올곧은 길을 밝히는 지식과 문화는 책에 있다고. 책은 조금 불편하고 때론 노동에 가까운 노력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온갖 표피적 감각으로 얻는 가벼운 기쁨과 달리 능동적이며 깊은 희열을 준다.
우리는 무슨 책을 만들지, ‘지금 여기’의 의미는 무엇인지, 인류의 정신적 진보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저자와 고민하면서 한 권의 책을 만든다. 또 쓰레기 같은 정보와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부터 지식과 교양, 문화를 지키고 견인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책은 산업이 아니라 정신과 문화라고 믿는다.
우리는 또 믿는다. 신념에 가득 찬 인생을 살아야 하지만 배타적이며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오늘날 우리는 타인에게 인색한 이기적 삶을 강요받고 있다. 세계를 구성하는 원리를 찾아 헤매는 그리스 로마 시대 사람들이나 도를 찾아 광대한 천하를 주유하던 현인들의 삶은 꿈도 꾸지 못한다. 독서가 아니라면 배타와 편향을 피해가기 어렵다.
책은 인간의 방대한 경험과 사색을 정밀하게 정제한 물건이다. 여기 소개하는 몇 권의 책도 그런 책이다. 특히 종과 류를 구별하지 않는 호기심과 학제 간 소통을 무기로 만들어낸 아름다운 교양서다.
‘센스 앤 넌센스’는 20세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최대 담론이었던 진화론에 대한 폭넓은 접근과 균형 잡힌 시각의 세계적 교양서이다. 학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진화론에 대한 약간의 오해가 있다고 하는데, 이를 바로 잡아줄 책이다.
‘앙코르와트’는 18세기 서구가 동양문화를 어떻게 접하고 다뤄왔는지를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서구의 시각을 통해 우리를 반추할 기회를 제공한다. 장하석 케임브리지대학 석좌교수는 이미 지식인의 롤 모델로 알려져 있으며, 홍성욱 박경미 이명현 선생님들은 대중에게 과학을 전파하는 전도사로 유명하다.
평소 종종 들르는 신선설농탕이 독서를 각별히 강조하는 회사라니 책 만드는 사람으로서 무척 반갑다. 앞으로 더 자주 가야 되겠다.
한성봉 대표
국민일보-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주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출판사 한마디] 도서출판 동아시아
입력 2014-10-13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