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둘러싸고 10일 예정됐던 홍콩 정부와 시위대 간 대화가 무산되면서 양측 간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당장 시위대는 이날 오후 정부 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의 이른바 ‘우산광장’에서 정부의 대화 취소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주무대인 ‘하르코트 로드(Harcourt Road)’를 우산광장으로 부르기로 했다. 우산은 경찰이 발사한 최루가스를 막는 데 활용돼 ‘우산혁명’이라고 불리며 홍콩 시위의 상징물이 됐다. 9일 오전 300여명에 불과했던 시위대는 5000여명으로 불어났다. 시위대의 점거가 계속되면서 도심 곳곳은 차량 정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은행 5곳의 5개 지점이 휴업했다고 전했다.
AP통신 등은 대화가 시작도 전에 파국을 맞으면서 대화로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시위대의 경우 시민 참여를 독려하면서 대정부 투쟁 동력을 마련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공서와 학교, 기업 등 대부분이 일상생활로 돌아간 데다 시위 기간 동안 경제적, 사회적 혼란을 겪은 시민들이 계속 참여할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조지프 젠 추기경, 홍콩변호사협회와 청룽(成龍) 등 유명 인사들이 시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해산을 요구하는 것도 시위대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화 상대로 나설 예정이었던 캐리 람 정무사장(부총리)이 취소를 전격 선언한 것도 시위대가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호주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호주 일간 디 에이지(The Age)는 지난 8일 렁 장관이 호주기업으로부터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모두 400만 파운드(69억원)를 받고 신고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야당 의원들은 뇌물수수법 위반이라며 렁 장관 탄핵에 착수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렁 장관의 부패 의혹이 시위대에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훈 기자
홍콩 다시 긴장
입력 2014-10-11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