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팀 LG ‘밝고’ 1위팀 삼성 ‘어둡고’… 양팀 감독의 상반된 표정

입력 2014-10-11 02:45

프로야구 선두팀 감독과 4위팀 감독의 표정이 극히 대조적이다.

상식적으로 선두팀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의 표정이 밝아야하고, 4위팀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어두워야 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쫓기는 삼성, 쉼없이 쫓아온 LG. 상반된 두 팀의 분위기를 두 감독의 표정이 말해준다.

삼성은 정규리그 초유의 4년 연속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최근 속절없이 4연패를 당하며 매직넘버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나흘동안 매직넘버 3에 묶여 있다. 9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5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4대 9로 졌다. 2위 넥센 히어로즈에 2.5경기차로 쫓기고 있다. 이번 주 4연패가 당혹스런 것은 상대가 포스트시즌에서 겨룰 가능성이 높은 팀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4강 다툼에서 멀어진 두산 베어스에 진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LG, 넥센에 이어 NC전을 잇달아 패한 것은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도 잔상이 오래 남는다. 정규리그 4연패의 최강 이미지 대신 상대팀 입장에서는 해볼만한 팀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류 감독의 표정이 굳어진 것은 팀이 자랑하는 불펜진이 붕괴된 탓이 크다. 인천아시안게임을 다녀온 뒤 안지만은 더욱 강력해진 모습이나 차우찬과 마무리 임창용은 견고함이 떨어졌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7일 LG전에서 4-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5대 9로 역전패한 뒤 8일 넥센전에서는 연장 10회까지 접전을 벌이고 3대 4로 졌다.

6경기를 남긴 삼성은 올 시즌 11승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KIA 타이거즈와 11∼12일 주말 2연전을 벌인다. 11일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갖는 넥센의 경기 결과에 따라 주말에 우승을 확정지을 수도 있다.

반면 LG 양 감독은 9일 KIA에 7대 6으로 역전승하며 믿기 어려운 5할 승률(61승3무61패)에 복귀, 4위 확정에 한발 다가섰다. 사실 지난 5월 13일 양 감독 취임 당시 LG는 11승1무23패(9위)로 무너져 4위 진입이 힘들어보였다. 심지어 6월 7일 LG는 17승1무33패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5할 승률로 올라갈 때까지 선수들을 맞이하러 가지 않겠다”며 배수의 진을 친 양 감독은 야금야금 승률을 높이면서 기적적인 4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비록 4위지만 죽어가는 팀을 살려놓은 양 감독의 기분은 선두팀 감독 이상일 듯하다.

LG의 순항 비결은 바로 굳건한 불펜진 구축에 있었다. 양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불펜투수들의 역할을 분명히했다. 이전까지 LG 불펜투수들은 자신이 나갈 타이밍을 모르고 우왕좌왕했지만 이제는 투수 자신이 등판 시기를 예측하고 몸을 풀 정도가 됐다. 심지어 풀펜에서 몸을 풀 때 던진 투구수도 계산해 투구수를 조절, 장기 레이스에 대비했다.

4경기를 남긴 LG 역시 4위 확정 매직넘버 3을 남기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껄끄러운 두산과의 주말 잠실 2연전이 일단 고비다. 재계 라이벌 삼성과의 15일 경기도 넘어서야 한다. 양 감독 입장에서는 LG에 2경기차 뒤진 5위 SK의 경기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SK는 넥센과 2경기, 두산과 3경기를 남기고 막바지 기적을 바라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