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노스’ 설립 주도한 박종환 교수 “한국교회에 실천적 목회 다양한 모델 제시할 것”

입력 2014-10-13 02:11
박종환 실천신학대학원 교수가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교정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창립된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는 젊은 신학자 공동체 ‘디아코노스’의 사역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이 단체 구성원 대다수는 40, 50대 신학자다. 단체명은 헬라어(語)로 ‘섬기는 자’를 뜻하는 ‘디아코노스’. 하지만 이 단체엔 직제나 사무실이 없다. 직제가 없으니 ‘회장’ ‘부회장’ ‘총무’ 같은 직함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디아코노스는 아주 느슨한 형태의 소장파 신학자들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디아코노스 설립을 주도한 인물은 박종환(45) 실천신학대학원 교수다.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만난 박 교수는 “한국교회에 실천적 목회의 다양한 모델을 제시할 단체”라고 소개했다.

“한국 기독교의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신학자들이 알음알음으로 모여 설립한 단체입니다. 기구를 만들면 사무실을 어디에 만들지, 직원을 몇 명 채용할지, 운영비는 어떻게 조달할지부터 고민하는데 저희는 다릅니다. 향후 활동 방향부터 토론하고 있습니다.”

디아코노스에 속한 신학자들 면면은 다양하다. 디아코노스 멤버는 박 교수를 포함해 김구원 개혁신학대학원 교수, 최진봉 장로회신학대 교수, 서종원 감리교신학대 교수 등 총 11명. 이들은 지난 8월 단체를 만든 뒤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모여 향후 활동 방안을 논의해오고 있다.

“식당이나 학교 등지에서 만나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지 토론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토론과 연구 결과를 내놓는 콘퍼런스, 논의 내용을 담은 출판물 발간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디아코노스 회원들이 공유하는 한국교회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공공신학의 부재. 박 교수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사회로 나가지 못하고 교회나 신학교 안에만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신학이라는 건 하나님 나라가 사회 전반에서 구현돼야 한다는 학문이에요.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 점을 망각하거나 간과해왔습니다. 교회를 세우고 성도를 모으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교회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며 사회가 교회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살피는 데 무관심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그리스도인의 ‘사회생활’과 관련이 있다. 기독교인이 ‘교회 밖’에서 일할 때 기독교인으로서 무엇을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지 아무런 ‘지침’이 없다는 것이다.

“가령 경제부처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있다고 해봅시다. 이 공무원은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자신의 기독교적 세계관과 떨어져 있게 됩니다. 정책을 건의하고 집행할 때 비기독교인과 다를 게 없어지는 거죠. 이처럼 평신도들이 사회에서 기독교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저희 주장입니다.”

박 교수를 비롯한 디아코노스 회원 중 일부는 오는 27일 서울 서초구 조이어스교회에서 열릴 ‘작은 교회 콘퍼런스’에 발제자로 나선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는 단체인 ILP(I Love Pastor) 한국지부가 주최하는 콘퍼런스다. 디아코노스의 ‘대외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의 목회력을 키워주는 역할도 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로 나가 이들을 상대로 단기 신학강좌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싶고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