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보니까 그래도 예수 믿는 사람들이 잘 살더라. 그러니 너희들도 예수 믿으면서 살아라.”
오래전 세상을 떠난 장모께서 임종 직전 남기신 말이다. 평생 동안 다른 종교의 길을 열심히 달렸던 장모는 끊고 맺는 것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분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든든한 후견인이자 동지를 잃어버린 그런 느낌을 갖기도 했다. 지금도 장모를 생각할 때면, ‘지혜’라는 단어를 떠올릴 정도로 어려운 환경 속에도 현명하게 살아낸 분이었다.
장모가 아내에게 당부한 것은 평생을 다른 종교의 길을 열심히 달려온 사람이 내놓기 힘든 이야기인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종의 ‘가설연역법’을 사용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변의 친인척이나 친구들이 걸어온 삶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 관찰 결과들을 갖고 나름대로 ‘누가 더 잘 사는가’라는 가설을 세운 다음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이 진실임을 입증한 결과 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런 주장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서 다른 주장을 얼마든지 펼칠 수 있다.
한번은 아내가 지인에게 “예수 믿으면 아이들 세대에 복을 받을 수 있어요”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면박을 받은 적이 있었다. 따라서 이 길을 가야만 복을 받을 수 있다고 강하게 권하는 데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장모는 딸이기 때문에 신신당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장모가 떠난 다음 우리 부부는 몇 해 동안 예배당에 갔지만 신앙의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채 믿음의 길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한참 세월이 흘러 내가 50대에 접어들어서 다시 예수님을 믿는 자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으니 늦은 크리스천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무속의 영향이 압도적인 남도의 작은 소도시에서 태어나 50대에 접어들어 예수를 제대로 믿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으니 이를 두고 ‘하나님의 은혜’라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배움의 끈이 길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그리고 큰 고난을 비켜갈수록 믿음의 길로 들어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람이 지상에 머무는 시간이란 것이 길지 않다. 걸어온 날들을 이따금 생각할 때면 살아온 날들이 몇 개의 주요 장면들로 압축되는 것 같아서 나이를 제법 먹는 시점이 오더라도 몇 개의 주요 장면으로 정리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지 않을까 싶다. 예수 믿는 사람들 중에는 현세의 복을 추구하는 것을 가벼운 것으로 간주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땅을 사는 동안에도 현세적인 복을 받기를 소망하는 것을 두고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본다. 길지 않은 삶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예배당을 다니다 보면 세상과 맞서서 승리를 위한 전투를 전개하는 일에 다소 소심한 분들을 만날 때도 있다. 그리고 설교에는 번영 신학이나 기복 신학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자주 접하게 된다. 지나치게 물질적인 복을 구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올바른 이야기이다. 하지만 크리스천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서게 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널리 전파하는 일이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을 예수님을 구주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를 믿으니까 저렇게 잘 풀릴 수 있구나.” “예수를 믿으면 저렇게 담대하게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구나.” “예수를 믿게 되면 저렇게 큰 복을 받을 수도 있구나.” “예수를 믿게 되면 인품도 저렇게 훌륭할 수 있구나.” 이런 것들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런 것을 직간접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예수님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신명기 28장은 성서에서 규정하는 복의 실체를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내가 오늘 네게 명령하는 그의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청종하면 이 모든 복이 네게 임하며 네게 이르리니”(신 28:1∼2) 신명기를 읊조릴 때면 예수님이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영적인 복은 물론이고 현세적인 복을 주시지 않을 어떤 이유가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그가 나를 사랑한즉 내가 그를 건지리라 그가 내 이름을 안즉 내가 그를 높이리라.”(시 91:14) 시편의 주옥같은 말씀들을 묵상할 때도 예수님을 사랑하는 자나 예수님이 사랑하는 자가 어찌 복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를 거듭 확인하게 된다. 나는 아이들에게도 이따금 이런 이야기를 해 준다. “너희들이 가진 믿음의 분량과 순도에 따라 너희들이 이루게 될 가족들이 받는 복의 분량이 결정될 것이다.” 임종 직전 장모가 복에 대해 내린 잠정적인 결론에 대해 나는 충분한 공감대와 확신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수를 제대로 믿는 사람들이라면 “네가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신 28:6)는 말씀을 진리로 받아들일 것이다.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공병호의 세상 읽기] 복 받는 인생
입력 2014-10-11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