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대학의 알렌 레샤펜 교수는 잠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쥐가 잠들려고 할 때마다 깨우는 장치를 만들어 쥐가 잠들지 못하게 했던 것. 그 결과 쥐는 먹이를 먹는데도 불구하고 몸이 점점 야위고 결국 14일 만에 죽었다. 이 연구는 수면 부족이 죽음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최초의 실험으로 화제를 모았다.
잠은 동물의 생존에 있어서 매우 불리한 행동이다. 잠자는 동안 포식자로부터 무방비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을 비롯해 포유류, 조류, 양서류 등 거의 모든 동물은 잠을 잔다. 심지어 회충과 같은 선충류 벌레까지도 사람처럼 깊이 잠든다. 도대체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동물들은 왜 잠을 자는 것일까.
흔히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선 반드시 잠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잠으로 절약되는 에너지의 양은 매우 적고, 그 시간 동안 차라리 먹이활동을 열심히 해서 에너지 섭취량을 늘리는 게 낫다. 잠의 역할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로는 잠이 기억을 강화시킨다는 주장이다. 또 최근에는 뇌가 독소 물질을 청소하기 위해 잠을 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억을 강화시킨다는 가설의 경우 잠이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기억력이 잠을 자는 본질적인 이유라고 보기 어렵다. 독소 물질의 청소설도 마찬가지다. 수컷 민물도요새는 3주간의 구애 기간 동안, 그리고 일부 고래종의 경우 출산 후 6주간 잠을 자지 않지만 신체에 아무 이상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잠을 전혀 자지 않는 동물도 있다. 황소개구리는 잠을 자지 않고 그냥 휴식을 취하며, 비둘기도 한 달 동안 잠을 자지 않아도 아무런 신체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수면시간이 종에 따라 크게 다른 것도 미스터리다. 큰갈색박쥐는 20시간, 큰개미핥기와 나무늘보는 18시간을 잔다. 하지만 자신을 잡아먹을 포식자가 없는 코끼리는 4시간, 빠른 발을 가진 말은 2시간밖에 자지 않는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뇌간에 존재하는 새로운 수면 조절 부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부위의 뉴런을 작동시켰더니 실험 동물이 수면제의 도움 없이도 아주 빠르게 잠들었다는 것. 이 연구 결과는 새로운 불면증 치료제나 좀 더 안전한 마취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불어 연구진은 수세기 동안 신경과학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잠의 비밀에 대한 해답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
[사이언스 토크] 잠의 비밀
입력 2014-10-11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