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파트리크 모디아노] 시간 저편으로 사라져간 애틋한 흔적 되살리기에 천착

입력 2014-10-10 03:44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69)는 한국 독자들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1978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그의 대표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국내에서 독자들은 물론 작가들에게도 많은 자양분을 제공한 작품이다.

모디아노는 1945년 프랑스 불로뉴 비양쿠르에서 이탈리아계 유대인 아버지와 벨기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열여덟 살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68년 소설 ‘에투알 광장’으로 로제 니미에상, 페네옹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72년 발표한 세 번째 작품 ‘외곽도로’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거머쥐었고, 연이어 75년에는 ‘슬픈 빌라’로 리브레리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78년 발표한 여섯 번째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1984년과 2000년에는 그의 전 작품에 대해 각각 프랭스 피에르 드 모나코상,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폴 모랑 문학 대상을 받았다.

모디아노는 30권에 가까운 장편소설 냈다. 그의 작품 중 ‘슬픈 빌라’ ‘청춘시절’ ‘8월의 일요일들’ ‘잃어버린 대학’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다른 주요작으로 ‘도라 브루더’(1997) ‘신원 미상 여자’(1999) ‘작은 보석’(2001) ‘한밤의 사고’(2003) ‘혈통’(2005)이 있다.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그의 소설은 항상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져간 과거의 애틋한 흔적을 되살리는 데 바쳐진다. 아울러 유대인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애증으로 그의 소설은 유대인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추적과 기록의 면모를 보여 왔다.

모디아노는 1970년대 후반부터 작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30권에 가까운 장편소설을 냈다. 바스러지는 과거, 잃어버린 삶의 흔적, 생의 근원적인 모호함 등의 주제를 탐색해온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와 동시대 작가로 분류된다.

그의 문체는 투명하고 간결한 데 비해서 그가 그려내는 세계는 어둡다. 인간의 정체성을 어둠 속으로 침몰시켜 버리는 세계, 인간의 출발점 자체가 흐릿해진 세계, 인간 실존의 근원이 상실돼 가는 세계를 기억상실자가 과거를 찾아가는 필사적인 몸부림처럼 그린다. 단순했던 진실이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세계라는 주제가 그의 작품들에서 계속 반복된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1978년 발표한 여섯 번째 소설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 소설로 “현대 프랑스 문학이 거두어들인 가장 큰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퇴역 탐정이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모디아노는 이 책을 통해 기억 상실로 상징되는 프랑스의 비극적 현대사의 한 단면을, 나아가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다. 소멸한 과거, 잃어버린 삶의 흔적, 악몽 속에서 잊어버린 대전의 경험을 주제로 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특유의 신비하고 몽상적인 언어로 탐색해냈다.

국내에 처음 소개한 후 꾸준히 번역해온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1978년 모디아노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9일 전화 통화에서 김 교수는 “모디아노의 주제의식은 그가 경험한 2차 세계대전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아버지는 피해 다녔고 어머니는 유랑하는 배우처럼 살았다. 그는 부모의 품에서 자라지 못했고 누군가에게 맡겨지거나 기숙학교에서 생활했다. 아마도 거기서 그는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